1차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은 서울의 27개동이다. 상한제는 재건축과 재개발 외에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상인 리모델링 단지에도 적용된다. 부동산114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7개동에서 상한제를 적용받는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단지는 122개에 이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의 이번 1차 적용지역은 이른바 강남 3구를 타깃으로 했다. 10곳 중 9곳가량이 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즉 강남 3구에 대해서는 ‘핀셋’이 아닌 ‘망치’를 휘두른 셈이다.
한 전문가는 “강남 3구의 경우 정비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면서 오히려 공급물량이 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책이 또 강남 희소성을 더욱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 4구역 주민들은 7일 열린 긴급 총회에서 재건축 추진위원장 연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주민들이 사업지연을 감수한 셈이다.
◇사실상 강남 3구 전체 상한제 대상=부동산114가 8일 국토교통부의 민간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대상 단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27개동에서 122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영향권에 든 것으로 확인됐다. 유형별로 보면 △재건축 94곳 △재개발 7곳 △리모델링 21곳 등이다.
122개 단지를 지역별로 보면 절대 다수가 강남 3구에 몰렸다. 규제 적용단지 122곳 중 강남 3구에 속한 단지는 모두 105곳으로 전체의 86.1%에 달했다. 재건축 추진단지로 보면 94곳 중 86곳으로 비율이 무려 91.5%나 된다. 이 밖에 재개발(3곳·42.8%), 리모델링(16곳·76%) 추진단지도 강남 3구의 비율이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 51곳(재건축 46곳·리모델링 6곳), 서초구 31곳(재건축 27곳·리모델링 4곳), 송파구 19곳(재건축 13곳·재개발 3곳·리모델링 6곳) 등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강남 3구 전체 40개동 중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은 곳은 20개동이다. 하지만 강남 3구 내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86개 단지가 모두 포함됐다. 리모델링도 사정은 비슷하다. 30가구 이상을 일반 분양하는 리모델링 단지는 상한제 규제를 받게 되는데 이 또한 10곳 중 7곳 이상이 이곳에 집중됐다.
◇논란 커지는 상한제 지역지정=상한제 지역 지정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한제의 첫 타깃이 사실상 강남 3구에 집중되면서 부작용 우려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공급이 부족한 강남 3구에서 더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압구정 4구역 주민들은 7일 열린 긴급 주민총회에서 내년도 사업계획 건과 예산안, 추진위원장 연임 안건 등을 부결시켰다. 현 추진위원장과 추진위원 등 집행부가 자격을 상실함에 따라 상당 기간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다른 단지들도 긴급 총회 등을 계획하면서 규제에 대응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사유재산의 강탈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일단 이를 피하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는 못 잡고 강남 전세가만 올리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08% 오르면서 19주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로또 청약’을 기대한 대기 수요가 전세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상당 부분 진행됐던 사업은 내년 4월까지 빨리 진행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장들은 분양가를 높게 못 받으니까 올스톱 된다고 봐야 한다”며 “당장 내년 4월 이후부터는 분양물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급부족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했을 때도 공급은 꾸준하게 됐고 규제 적용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직 섣불리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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