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브(라질)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전보다 완화된 양상을 보이자 신흥국 시장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데다 이들 국가에서 연이어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국제 유가 상승과 브라질의 연금개혁 절차 마무리 등의 이슈도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10개의 러시아 펀드는 최근 1개월(11월 7일 기준) 평균 9.07%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국가별로 분류할 때 수익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 또 러시아 펀드는 3개월, 6개월 등의 구간에서도 각각 8.21%, 14.98%의 성과를 이어가면서 올 연초 이후 수익률이 31.70%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다.
브라질 펀드도 고수익을 기록 중이다. 국내 10개의 브라질 펀드는 최근 1개월간 6.36%의 수익을 냈는데 이는 해외 주식형펀드 중 러시아, 일본에 이은 수익률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브라질 펀드는 올 연초 이후 평균 18.90%의 수익을 냈다.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는 연일 강세장이다. 러시아 RTS 지수는 지난 8일 올 연초(1,086.80)보다 약 35%가 상승한 1,468.17로 마감했다. RTS 지수는 지난 7일 최근 5년간 최고점인 1,487.03을 찍기도 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양상이며 최근 지수는 10만9,000선을 넘어섰다.
이들 증시의 강세는 우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미·중 무역갈등의 심화로 선진국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최근 두 나라의 갈등이 다소 누그러들자 신흥국 시장이 재차 주목받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위험자산 선호로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러시아 증시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서부텍사스산원(WTI)선물은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이번달에만 5% 넘게 올라 최근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증시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60%가 에너지 기업이 차지해 유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간 것도 강세장을 이끈 공통된 배경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기존 대비 0.5%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러시아의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들어 네 번째며, 브라질도 세 번째 금리 인하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들 국가 모두 12월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 관측한다.
또 브라질의 경우 연금개혁안이 의회 통과절차를 마친 것도 증시 상승을 이끌어 가는 이유다. 브라질 정부는 조세 등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시동을 건 상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단기간 조정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에도 미중 무역분쟁의 변수가 다소 약화하고 달러 약세의 가능성이 있어 신흥국 시장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는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보여준 통화 재정 정책이 얼마만큼 실제 경기 개선으로 나타날지는 확신하기 힘들다”면서 “올 연말 기준금리 인하가 끝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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