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생활 분야는 ‘식(식품·외식)’과 ‘주(주거·가구)’ ‘금융’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의류)’가 포함된 ‘의식주’를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금융 분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인식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경기 둔화로 인해 저축이나 재테크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7월24일부터 8월30일까지 20세 이상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2019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중 21.4%가 ‘식품·외식’을 소비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이어 ‘주거·가구(12%)’ ‘금융·보험(11.4%)’ 등을 중요하다고 답했다. 소비생활 11개 분야 중 ‘금융·보험’이 3순위 안에 포함된 것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계속 3순위 안에 포함됐던 의류는 이번 조사에서 병원·의료, 교육에 이어 중요도가 6순위로 밀려났다. 식품·외식 분야는 지금까지 네 번의 조사에서 계속 1위를 차지했으나 중요도 비중은 2013년 첫 조사 때 40.8%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거·가구 분야 소비 중요도도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먹고 입는 것’을 중시했던 과거와는 양상이 다른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사정이 악화하면서 개인의 안정성이 떨어져 미래를 대비해 돈을 모으려는 심리가 과거보다 커졌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위급한 시기에 어떻게 자금을 운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다른 소비 분야에 대한 관심보다 큰 시대”라고 말했다.
식품·외식 분야는 낮은 소비 중요도 결과와 달리 소비생활 만족도에서는 가장 높은 71점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보험(67.9)은 소비생활 중요도가 상승한 것에 비해 소비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금융 분야 중요도와 만족도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종합 소비생활 만족도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2년마다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정부의 제5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 수립에 참고자료로 제공하고 지역 맞춤형 소비자정책 발굴과 소비자행정 활성화에도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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