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간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회사(NPE)의 집중 표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이 방어책을 마련하며 NPE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NPE인 IXI 모바일의 특허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역(逆)소송을 시작한 것 역시 적극적인 대응책 중 하나다. 특히 삼성·LG전자(066570) 등 대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상호특허(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체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특허 풀(pool)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일단 특허소송 제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상호특허 계약 체결을 늘리고 있다. 상호특허 계약을 맺으면 일정 기간 동안 양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돼 특허괴물 소송에 공동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 개발에도 협력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과 구글 등 반도체·스마트폰 생산에 필수적인 업체들과 상호특허계약을 맺었다. 또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와 같은 스마트폰·통신장비 경쟁 업체들과도 특허를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는 LG전자와 구글이 기존 특허는 물론이고 이후 10년간 출원할 특허를 서로 공유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대응책으로 국내 기업들은 자체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확보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올해 2·4분기 현재 삼성전자의 특허 보유 건수는 지난해 말(12만 8,700건)보다 2.9% 가량 늘어난 13만 2,478건이었다. 이는 대부분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메모리 등 삼성전자의 전략사업과 관련된 특허로 알려졌다. 특히 전체 특허 중 39.6%(5만 2,537건)는 특허괴물들이 주요 거점으로 삼는 미국에 집중돼있다. LG전자도 주요 사업인 휴대폰과 디지털TV 등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까지 8만 4,986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관련기사
다만 업체간 특허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방어막을 세우더라도 특허괴물에 의한 새로운 소송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8년간 특허괴물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을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해보니 총 580건에 이르렀다. LG전자가 227건으로 가장 많은 소송을 당했으며 삼성전자 212건, 현대·기아차 66건 등의 순서다.
특히 미국은 정식 변론에 돌입하기 전 상대방이 가진 증거를 상호 공개·제출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추가되기도 한다. 만약 이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패소를 하는 등 특허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디스커버리(e-Discovery·전자증거개시) 전문 업체 프론테오코리아 관계자는 “NPE가 마구잡이식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디스커버리 비용은 각 당사자 부담 원칙이어서 특허괴물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많은 증거 제출을 요구해 기업에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