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 주식이 바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에 대한 선호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에는 나이키와 애플·스타벅스를 순매수하고 올 초 선호도가 높았던 테슬라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AMD 등을 내다 팔아 차익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개별 종목보다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나이키로 10월 이후 2,41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뒤를 이어 늘 최선호 종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마이크로소프트가 1,765만달러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애플(1,515만달러), 스타벅스(667만달러), 월트디즈니(543만달러)순이었다.
반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10월 이후 3,544만달러어치가 순매도됐으며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이 2,197만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1,537만달러), AMD(1,515만달러), 엔비디아(1,165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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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순매도 규모가 컸던 종목들은 대체로 올 초부터 꾸준히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 종목으로 이름을 올려왔던 종목이 많았다. 4·4분기 순매도 매도 규모가 컸던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올해 1·4분기 스펙트럼파마슈티컬즈(5,581만달러)에 이어 순매수 2·3위를 차지했던 종목이다.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3·4분기에만 3,507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할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으며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AMD는 2·4분기 최선호 종목 중 하나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올 초 이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차익 실현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도 무작정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고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에 들면서 개별 종목보다는 해외 ETF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많았던 해외 종목 상위 50개 중 20개만이 ETF나 ETN 등이었다. 하지만 2·4분기에는 26개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3·4분기 29개로 늘어난 데 이어 10월 이후에는 32개까지 급증했다.
이는 올해 들어 글로벌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대표적 반도체 ETF인 SOXX는 올 들어 51.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술주 중심의 XLK도 38.5%의 수익률을 보였다. 최근에는 채권형 ETF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4·4분기 들어 신흥국 채권 등을 자산으로 하는 ETF의 매수 비중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김종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패시브 전략의 성과가 액티브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글로벌 ETF 시장에 전반적으로 자산이 유입되고 있다”며 “하지만 섹터별로 나눠보면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리츠,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ETF에 큰 폭의 자산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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