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맛’으로 진검승부를 겨뤄야 할 미쉐린 가이드가 ‘뒷돈’으로 평가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미쉐린 가이드 2020’ 명단이 공개됐다. 서울 한식당 ‘가온’과 ‘라연’은 4년 연속 미쉐린 3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은 지난해보다 9곳 늘어난 31곳이 선정됐다.
미쉐린코리아는 14일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 등재된 레스토랑을 발표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레스토랑 평가서로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지난 1900년 자동차 이용자의 여행계획을 돕기 위해 배포한 것에서 시작됐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올해로 4회차를 맞았다.
올해 별을 획득한 셰프는 총 31명이다. 이들의 얼굴은 여전히 빛났지만 올해 미쉐린 가이드는 시작도 전부터 공정성 논란으로 얼룩졌다. 한식 레스토랑 ‘윤가명가’를 운영하는 윤경숙 대표는 2013년 미쉐린의 브로커로 보이는 미국인 어니스트 싱어가 1년에 약 5,000만원의 컨설팅비와 컨설턴트의 항공료·호텔비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 비밀리에 방문해야 할 미쉐린 평가원의 방문 시기 등도 알려줬다고 털어놓았다.
그웬달 풀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그들은 절대 우리 직원이 아니고 미쉐린과 계약관계를 맺은 적이 없으며 누군가가 금품 컨설팅을 요구하면 미쉐린 직원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15개 국적 출신의 평가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셰프는 몇 명의 평가원이 오는지 알 수 없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하나의 레스토랑이라 할지라도 여러 사람이 방문한다”고 일축했다. 이날 1스타를 획득한 보트르 메종의 박민재 셰프는 “컨설팅 제의를 받은 적은 없으며 금전적 거래가 있었다면 당연히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셰프들이 미쉐린을 위해 땀 흘리며 노력해왔는데 이런 잔치를 며칠 앞두고 수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유감이며 악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가온과 신라호텔의 라연은 4년 연속 3스타의 영예를 안았다. ‘모수’와 ‘임프레션’은 2스타 레스토랑으로 새롭게 ‘별’을 달았다. 이 중 안성재 셰프의 모수는 지난해 1스타를 획득한 데 이어 2스타로 승급한 경우다. 이로써 2스타 레스토랑은 지난해 선정된 5곳까지 포함해 총 7곳으로 늘어났다.
1스타 레스토랑은 지난해보다 7개 늘어난 22곳이 선정됐다. 신규 진입한 곳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강세를 이뤘다. 이지원 셰프의 ‘오프레’와 박 셰프의 ‘보트르 메종’, 프레데리크 에리에 셰프의 ‘피에르 가니에르’ 등 3곳이 프렌치 또는 프렌치 컨템퍼러리 음식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떼레노’ ‘묘미’ ‘에빗’ ‘온지음’이 1스타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사찰음식 전문점 ‘발유공양’과 한식집 ‘이종국 104’, 중식당 ‘진진’은 1스타 명단에서 탈락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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