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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머니]'가성비'로 뜬 무해지보험...불완전판매 우려에 발목잡히나

<애물단지 전락한 무해지보험>

저렴한 보험료에 보장은 동일

신계약 건수 4년새 60배 급증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등 우려

홍보 앞장섰던 당국 입장 선회

소비자 경보·주의 조치 내렸지만

절판 소문에 되레 가입자 몰려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저금리 환경에서 보험상품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 도입한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이 갑작스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일부에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제2의 파생결합펀드(DLF)’라고 매도하자 최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대규모 DLF 손실 사태를 조기 감지하고도 방관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던 당국이 여론을 의식해 칼부터 빼 든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설익은 조치로 동일한 수준의 보장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무·저해지 환급금 상품 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업계의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기본형 대비 보험료가 약 20~30% 저렴한 대신 중간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아예 못 받거나 적게 받는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당국이 보완책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2015년 오렌지라이프가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 후 무·저해지형 보험시장은 급성장했다. 신계약 건수는 2015년 3만4,000건에서 지난해 176만4,000건으로 4년 만에 60배 가까이 늘었고 초회보험료 규모도 지난해 1,59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4분기에만 992억원을 넘어서며 연간 2,000억원 이상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자 중도 해지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정감사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무해지형 상품의 구조적 문제점은 두 가지다. 우선 퇴직으로 인한 소득상실 등 경제사정이 변해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보험료 전액을 날리고 중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보험계약대출이나 중도 인출은 해약환급금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유 의원의 지적대로 해약환급금이 아예 없는 무해지형 상품은 대출이나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납입중지 및 계약 복구는 기본형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또 한 가지 문제로 꼽히는 ‘높은 환급률 중심의 안내 방식 탓에 정기적금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판매 절차 보완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만기 시점의 환급률을 낮춰 적금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무해지형 상품의 장점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상품구조 자체를 개선할 점이 마땅하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첫 회의에서 무해지형 상품 판매에 주력해온 일부 보험사들은 상품구조 개선이 아닌 판매 절차 강화만으로도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일부 국회의원들 눈치에 당국은 직접 도입을 추진하고 약관까지 승인한 상품에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라며 “이미 판매 절차 강화 조치를 모두 도입한 마당에 당국으로서는 추후 민원이 발생할 경우 당국 탓으로 돌아오지 않게 업계 스스로 보완책을 마련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무·저해지 상품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은 물론 홍보까지 도맡았던 당국의 입장 변화를 두고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외국계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들 중심으로 무해지 상품이 흥행을 이어가자 자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무해지 상품 출시를 꺼리는 대형 생보사들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고금리·확정금리형 계약 비중이 높은 대형 생보사들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시 자본 확충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본형 대비 높은 환급률을 보장하고 해지율 예측치에 따라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무해지형 상품은 자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대형 생보사들은 출시를 기피해왔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이 내놓는 표면적인 이유는 민원 발생 소지가 크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무해지형 보험 흥행으로 고객을 빼앗긴 데 따른 불만이 크다”며 “무해지형 상품은 기본형에 비해 중도 해약 시 민원 발생 소지가 큰데 대형 생보사들이 무해지형을 팔았다가 문제가 되면 당국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에 상품을 내놓을 처지도 못 된다”고 꼬집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국의 소비자 경보·주의 조치 이후 무해지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형 대비 20~30%가량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널리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의 ‘더건강해지는 종신보험’은 가입금액 1억원, 예정이율 2.5%, 20년납 기준으로 40대 남성 가입자가 기본형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23만1,000원이지만 무해지형은 16만2,000원으로 약 30% 저렴하다. 신한생명은 지난달 법인보험대리점(GA)의 요청으로 무해지형 종신보험을 처음 출시했다. 당국이 무해지형 보험에 메스를 대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해당 상품이 절판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자 갑작스레 가입자가 몰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해지형 상품은 설계사 수수료나 시책이 적어 설계사들의 관심 밖에 있던 상품이지만 갈수록 낮아지는 이율에 보험료 부담을 낮추려는 소비자들이 무해지 상품을 찾으면서 태도가 바뀌었다”며 “저금리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무해지 상품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번 TF 결과로 무해지형 상품의 장점이 사라진다면 소비자 선택권만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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