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치르는 내내 긴장감을 함께 나눴던 수험표가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쿠폰’으로 변신했다. 고생한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소비심리를 예열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도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비심리가 늘어나는 ‘포스트 수능’ 시기를 겨냥해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그간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부족해 소비 욕구가 억눌릴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지갑을 활짝 열기 때문이다.
할인 품목은 정보기술(IT) 기기에서부터 영화 티켓, 화장품, 호텔 숙박권 등으로 다양하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음 편히, 오랜 시간 돌아다닐 수 없었던 수험생들이 수능이 끝난 후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쇼핑을 즐긴다”며 “미래의 큰손인 이들을 단골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대학교 신입생들의 필수품인 노트북·태블릿PC 등을 구매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특별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에 태어난 롯데하이마트 회원이 노트북, 태블릿PC, 디지털 카메라 행사 상품을 구매하면 통합 멤버십 포인트 ‘엘포인트’를 최대 10만포인트까지 제공한다. 또 롯데하이마트 온라인 쇼핑몰에 수험표를 촬영해 올리면 수험생 본인에 한해 최대 15%, 최대 5만원까지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수능 이후 15일간 노트북·휴대폰 등 IT 가전의 매출은 수능 전 15일보다 약 15% 증가했다”면서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IT 가전제품들을 엄선한 만큼 좋은 구매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장품과 패션업계도 나섰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랄라블라는 오는 19일까지 수험 스트레스로 메마르고 지친 피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스킨케어 기획전’을 진행한다. 수험표를 지참하고 방문하는 고객이 ‘어퓨’ ‘문샷’ 제품을 구매할 경우 추가 할인도 제공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이달 말까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1020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요 제품 11개를 40% 할인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영다운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문화생활과 거리가 멀었던 수험생들을 위한 프로모션도 풍부하다. 주요 극장가는 수험표를 제시하는 경우 6,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준다. CGV는 다음달 20일까지 만 13~18세 청소년에게 일반 2D 영화는 6,000원에, CGV의 특별관인 ‘4DX’ ‘스크린X’ ‘4DX 위드 스크린X’ ‘아이맥스’ 영화는 2,000원 할인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롯데시네마는 다음달 20일까지, 메가박스는 다음달 15일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수험생을 미래 ‘호캉스족’으로 확보하기 위한 호텔업계의 경쟁도 시작됐다. 수년간 교실·학원·독서실 등에서 무거운 공기에 둘러싸였던 수험생들이 자유로운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롯데호텔서울은 수능을 치른 수험생을 위해 다음달 16일까지 한 달 동안 수험생 전용 패키지 ‘라세느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 패키지는 △메인타워 디럭스 룸 1박 △뷔페 ‘라세느’ 식사권 2장 △롯데시네마 일반 관람권 2장 등을 제공한다. 체크인 때 올해 수능 수험표를 제시하면 객실을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준다.
‘디데이(D-DAY)’를 향해 함께 달려온 수험생 가족들을 위한 혜택도 준비됐다.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는 수능 다음날인 15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수험생 가족들의 객실 요금을 10% 할인해주고 초콜릿과 핫팩·마스크팩·책이 담긴 ‘행운의 복주머니’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호텔 마리나베이서울은 수험생과 가족들이 그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루프톱 인피니티풀을 비롯해 호텔의 각종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험생 패밀리 힐링 패키지’를 준비했다. 오는 11월 말까지 매주 금·토·일요일에 이용할 수 있는 이 패키지는 △수페리어 패밀리트윈 1박 △비아제 디너 뷔페 3인 △루프톱 인피니티풀 ‘스카이풀’ 3인 무료입장 등으로 구성됐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