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와 SK텔레콤(017670)이 만든 OTT(Over The Top) 서비스 ‘웨이브(WAVVE)’가 2,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OTT의 대규모 투자 유치 사례를 만들어 냈다. 최근 카카오(035720)와 SKT가 지분을 맞교환하고 웨이브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브는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자 모집을 최근 마무리 지었다. 이중 절반은 교직원공제회가 앵커(주요)투자자로 참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15일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웨이브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교직원공제회의 참여에 힘입어 농협중앙회와 국내 대형 증권사, 캐피탈사 등 20여곳의 금융 기관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자금 모집은 순항했다. 웨이브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펀드는 미래에셋벤처투자 PE본부와 SKS PE가 공동으로 조성한다. 이들 GP(운용사)들도 각각 100억원씩 출자하기로 했다.
웨이브는 4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하는 조건을 제시해 투자 회수(엑시트)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 성사 시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은 20% 초반대로 예상된다.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도 추후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콜옵션(특정 시점에 지분을 살 권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이 처음 시도하는 OTT 사업에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OTT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대형 OTT인 디즈니+도 이달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가운데 국내 상륙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은 웨이브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도 20~30대 소비층은 유튜브를 비롯해 OTT로 몰려가고 있다. 10월 말 현재 웨이브 유료 가입자는 140만명 기록했다.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국내 방송·통신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카카오와 SKT가 지분을 교환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에서 양사는 웨이브의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T는 카카오의 IP(지식재산권)·배우·제작 등 콘텐츠 역량을 활용하고, 카카오는 SKT의 OTT와 IPTV 등 미디어 유료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은 카카오와 SKT의 시너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말 미래에셋벤처 PE본부와 SKS PE는 공정위의 승인을 받은 뒤 투자자들에게 캐피탈콜(자금 인출을 요청)을 요청할 예정이다. 자금 납입일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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