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투자액을 줄인다.
17일 LG전자의 3·4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총 3조3,38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직전 분기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올해 예상 투자액이 3조4,490억원이라는 점에서 석달 만에 투자 예상액을 1,100억원가량 줄인 셈이다. 지난해 투자액 4조4,854억원과 비교해서도 1조원 이상 줄었다.
부문별로 보면 △H&A(생활가전) △HE(홈엔터) △MC(모바일) △VS(전장) △BS(에너지) 등 주요 부문의 투자액은 변동이 없다. 전장을 담당하는 VS 부문의 회계상 투자 집행예상액이 올 3·4분기 사업보고서에서는 8,985억원으로 직전분기 예상액인 6,345억원 대비 늘어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이는 ‘회계상 착시’ 현상이다. LG전자는 기타 부문에 반영했던 자동차용 헤드램프 전문 제조회사 ZKW 투자액을 올 3·4분기부터 VS 부문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ZKW를 인수하며 전장 부문의 수익 창출 강화에 나선 바 있다.
반면 기타 부문 투자예상액은 2·4분기 기준 1조4,224억원에서 올 3·4분기에는 1조475억원으로 줄었다. ZKW 투자액 중 회계상으로 반영한 2,640억원을 당분기 기타 부문에서 VS 부문으로 이전했다는 점에서 1,109억원가량의 투자액을 줄인 셈이다. LG전자 측은 “기타 부문 투자액 감소는 대부분이 자회사인 LG이노텍의 투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연결기준 회계 처리 때문에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타 부문에 LG그룹 계열사의 장비와 소재·부품 개발 및 생산을 맡고 있는 LG 생산기술원이 포함된 만큼 관련 부문 투자가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LG 생산기술원 인력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의 투자액 축소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및 기존 사업의 부진 등과 관련이 깊다. LG전자의 금액기준 자동차용 텔레매틱스 점유율은 2017년 22.1%에서 올 3·4분기 16.6%로 AV 및 AVN 점유율은 8.0%에서 6.7%로 각각 줄었다. LG전자의 전장 부문은 내년에도 흑자 전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점유율 또한 같은 기간 2.5%에서 1.5%로, 모니터 사이니지 점유율은 17.8%에서 12.8%로 각각 줄었다. 다만 LG전자가 최근 힘을 주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TV 부문 점유율이 2017년 14.6%에서 16.1%로 늘어 향후 수익개선을 기대하게 한다.
LG전자의 올 연말 인사 또한 조성진 부회장 유임 등 ‘안정’으로 가닥이 잡히며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경영에 나서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 등은 퀄컴 등 글로벌 업체와 협업하고 OLED 등 미래 성장사업은 투자를 강화하는 방식의 선택·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구광모 회장 체제의 그룹사 시너지 창출 노력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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