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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야 산다" 매주 신상 떨구는 패션가

온라인 중심 유통구조 자리잡아

출시주기 6개월서 매주로 빨라져

"지금 안사면 안돼" 한정판 자극

쿠론, 온·오프서 금요일마다 선봬

신세계는 드롭 전용 브랜드 내놔

몽클레르 등 럭셔리 브랜드도 동참





패션업계에서 신제품의 통상적인 출시 주기는 6개월이다. 매년 9~10월께 이듬해에 선보일 봄·여름(S/S) 시즌 컬렉션을 열고, 2~3월에는 그해 가을·겨울(F/W) 시즌 컬렉션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시즌과 시즌 사이에는 1~2개월마다 정기 컬렉션의 ‘압축판’인 캡슐 컬렉션으로 신제품 공백 기간을 채우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제품의 출시 간격이 더욱 좁아졌다. 급변하는 유행을 반영해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정일에 신제품을 ‘떨어뜨린다’는 의미의 ‘드롭’ 방식이 도입되면서 심지어는 매주 신제품이 출시되는 ‘위클리 컬렉션’까지 열리고 있다.

쿠론이 ‘드롭’ 방식으로 선보이는 ‘코코 크로스’(왼쪽)와 ‘코코 카메라 백’/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매주·매월 신제품을 ‘떨군다’=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특정일에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드롭 전략에 따라 신제품의 출시 주기가 앞당겨졌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여성 핸드백 브랜드 ‘쿠론’이 지난 8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13차례 진행했고 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한 후 내년 S/S 시즌부터 드롭식 론칭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상현 쿠론 브랜드 매니저는 “쿠론은 상품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자세히 전달하기 위해 국내 핸드백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온라인 유통은 물론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드롭 방식으로 신상품 출시했다”면서 “매주 금요일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사은품에도 매주 변화를 주는 등 고객들이 온라인 몰에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요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예 드롭 전용 브랜드 ‘드롭스(drps)’를 내놨다. 드롭스는 신진 브랜드나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한정판 상품을 선보이는 편집 브랜드로 신제품 출시일에 대한 정보를 알림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드롭스의 제품은 매주 금요일에 공개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구호플러스’도 내년부터 제품을 세분화해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신제품 출시 시계가 빨라진 것은 온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때는 바이어 등 유통업계 관계자에게 수개월 전에 제품을 미리 선보이고 컬렉션에 등장하는 모든 제품을 매장에 갖춰 놓아야 하지만, 온라인 매장의 경우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제품을 그때그때 전달할 수 있다.

몽클레르의 드롭 판매 아우터




슈프림 드롭 스트라이프 티


◇‘지금 당장 줄 서시오’…한정판 소비욕구 자극=드롭 전략의 시초는 글로벌 스트릿 브랜드 ‘슈프림’이다. 슈프림은 정기 컬렉션 대신 드롭식 컬렉션으로 티셔츠 등 일부 제품을 공개한다. 슈프림의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제품의 출시 정보를 안내받는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드롭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럭셔리 브랜드도 이를 차용하고 나섰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는 올해부터 일부 점퍼 라인에 한해 한 달에 한 번 신제품을 선보이는 ‘몽클레르 지니어스’ 전략을 발표했다. 셀린도 악세서리 제품군에 한해 드롭 방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출시 전략은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와 소비 욕구를 부추긴다. 이 시기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한정판’으로 소구되기 때문이다. 드롭 방식은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에 판매된 유명 래퍼 ‘키트밀리’의 쇼케이스 티켓은 전체 예매자의 80%가 1020 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구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구매로 유도하기 위해 특정일에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다”면서 “특히 한정판 상품을 선호하고 자신의 경험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겨냥한다”고 말했다.

다만 짧아진 론칭 주기로 디자이너의 업무가 과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기업 패션계열사의 한 디자이너는 “일반적으로 한 패션 회사에서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샘플 제작, 품평 등을 포함해 3~4개월 전부터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면서 “만약 정기 컬렉션의 물량이 변함없는 상태에서 드롭 방식으로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하게 되면 디자이너의 업무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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