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검찰은 ‘올스톱’됐던 기업 수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인 ‘공정 경쟁질서 확립’ 기조에 발맞춰 기존에 수사 중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대기업 수사의 고삐를 당겨 쥘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추가기소된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조국 수사팀’에 투입된 특수수사 인력을 상당 부분 축소하며 역할을 재배치했다. 정 교수의 코링크프라이빗에퀴티(PE) 투자 의혹 부분을 챙겨온 검사들이 사실상 ‘원대복귀’한 것으로 알려지며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에서 진행하다 멈춰 있던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게 됐다.
애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고형곤 부장검사)를 주축으로 구성된 조국 수사팀에는 반부패수사1~4부는 물론이고 3차장검사 산하 조세범죄조사부·공정거래조사부·방위사업수사부 인력도 투입된 바 있다. 여기에 대검찰청에서도 회계 및 자금추적 담당 인력을 9명가량 파견했고 지청 등에서 차출된 인력과 수사관까지 합하면 수사팀 규모는 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특수수사 인력이 복귀하며 자연스럽게 기존 사건 수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교수가 기소된 후 일주일여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기업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수차례 소환해왔다. 그중에서도 최대 규모인 삼성바이오 4조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은 최근까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연관된 계열사 임원들을 다수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에는 분식회계에서 합병으로 수사를 확대하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삼성 계열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 수사와 관련,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합병 등 불법행위 의혹들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매일 상당수 인원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부패수사부와 형사부도 이번 달 들어 대규모 압수수색을 감행하며 기업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전날 조세범죄조사부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 대해 배임수재·업무상횡령·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올 1월 국세청 고발을 통해 대규모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조세포탈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왔다.
백신 공급을 비롯한 제약업체 입찰담합 사건 수사에 착수한 반부패수사1부는 14일 의약품 제조·유통업체를 입찰 방해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보령제약·한국백신·유한양행·GC녹십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2부는 일명 햄버거 패티가 유발하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의혹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교통·환경범죄전담인 형사5부는 렌터카·기사 호출 서비스 ‘타다’를 여객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이어 유사 서비스인 ‘파파’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지휘를 내린 상태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형사2부 수사는 4일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주춤한 상황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특수수사의 트렌드가 ‘첩보입수→검증→수사착수’에서 ‘고발→재배당→수사착수’로 변했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검찰개혁 일환으로 검찰 직접수사 폐지 기조를 천명한 데 따른 변화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수사대상과 내용을 골라 수사에 착수하는 형태의 특수수사가 검찰권의 자의적 남용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자 기관 고발이 수사의 근거가 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삼성바이오·인보사·맥도날드 등 주요 기업 사건 역시 국가기관이나 시민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경우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범죄정보 수집 기능이 위축되면서 특수수사가 공정위·국세청·금융위나 정부부처가 고발한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병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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