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경쟁력이) 비슷한 교집합 요소는 빼고 우리만 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년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왔는데 자연스레 점유율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김연중(사진) 윌로펌프 대표는 25일 본지와 만나 과거 국내 3~4위권에 머물던 펌프 회사를 1위로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윌로펌프는 글로벌 펌프 기업인 독일 윌로그룹의 한국법인이다. 내부 시장 포화로 국내 펌프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때 김 대표는 오히려 R&D 투자를 확대해 차별화에 나섰다. R&D는 시간과 돈이 드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2007년 윌로펌프 대표를 맡은 이후 매년 R&D 투자에 매출의 4~5% 가량을 썼다. 경쟁 업체들 중에서도 가장 높다. 김 대표는 “한국법인 전체 인력은 아웃소싱 포함해 400명인데 이중 10% 가량이 R&D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 결과 과거 주물제품인 펌프를 전자화 해 효율성을 높이고 소음을 줄여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효율, 저소음 제품으로 차별화하다 보니 경쟁업체와 소모적인 저가경쟁을 피하고 고부가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창의적인 전략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김 대표의 고집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243억원, 335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5%, 4%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윌로 그룹 매출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독일 본사가 16%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법인이 독자 개발한 기술을 독일 본사에 거꾸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한국법인의 지난 해 수출 규모는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윌로 그룹은 김 대표의 한국법인에 대해서는 경영간섭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국 회사가 됐다는 평가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건설경기 침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김 대표에 대한 그룹의 경영 신뢰는 그의 직함 변화를 봐도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07년 윌로펌프 한국법인 대표로 임명된 이후 2013년엔 윌로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사장이 됐다. 지난해 1월에는 윌로그룹 이머징 마켓 총괄 사장으로 올랐다. 이머징마켓 총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총괄하는 자리다. 김 대표는 윌로그룹 이사회에만 경영 실적을 보고할 정도로 그룹내 2인자 위치에 오르게 됐다. 그룹도 지난 2015년에는 프랑스의 윌로 생활용 펌프R&D 총괄센터를 국내로 이전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고농도 산소수시스템(윌로·디오 플러스)도 개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펌프는 물만 공급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산소를 농작물에 공급해 수확량과 당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을 착안해 신제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녹물 논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물펌프도 자체 개발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펌프로 친환경·고강도 펌프를 생산하고 있다. 판매 방식도 새롭게 바꾸는 중이다. 김 대표는 “과거 냉난방 사업에선 인라인펌프만 팔았지만 이제 통합적으로 가스배출기, 열교환기, 보일러 등도 ‘토탈패키지’로 판매한다”며 “사물인터넷(IoT)도 선제적으로 추가해 경쟁사들과 다른 전략을 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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