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는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은 ‘뷰알못(뷰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럽고 어색한 공간이다. 제품을 살펴보려는 순간 바로 따라 붙는 직원의 친절함이 오히려 고역이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기초부터 색조까지 제각기 다른 브랜드를 쓰다보니 한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했다.
신세계(004170)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백화점 1층 매장을 그대로 옮긴 듯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았지만 헬스앤뷰티(H&B) 스토어처럼 부담없이 자유롭게 제품을 테스트할 수있는 체험형 매장이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맘껏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뷰알못에게도 문턱이 낮다.
시코르 강남역점에는 에스티로더, 맥, 나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부터 에스쁘아, 롬앤, 투쿨포스쿨 등 국내 인기 브랜드는 물론 헉슬리, 파뮤, 라곰 등 오프라인 점포를 찾기 어려운 소셜미디어 인기 브랜드도 다수 입점돼 있어 골라 보는 맛이 있었다. 향수도 랑방과 폴스미스 등 패션향수부터 에르메스, 아닉구딸, 딥티크 등 니치 향수까지 골고루 들어와 있어 시향에만 한참이 걸렸다.
색조 제품 위주로 구성된 1층에는 거의 모든 브랜드별로 테스트 제품이 마련돼 있었고 화장솜부터 퍼프, 면봉, 립 브러쉬, 스크류 브러쉬까지 종류를 다양하게 갖춘 화장 도구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 테스트하기 편리했다. 기초와 바디케어 제품 위주로 구성된 2층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와 여러 브랜드의 핸드솝 제품이 배치돼 있었다. 지하 1층에는 헤어 스타일링 존(사진)까지 갖춰 그야말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원하는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시코르를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놀이터’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층에 있는 세면대에서 청담동 고급 스파에서 쓴다고 유명해진 미국 에스테틱 브랜드 더말로지카의 각질 케어 제품을 테스트해봤다. 손등에 발라 보니 효소 파우더가 부드러운 거품을 내는 게 구매 욕구가 솟구쳤다. 예상에 없던 지출에 망설이는 순간 미니 사이즈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시코르에는 더말로지카 이외에도 베네피트, 맥 등 다양한 브랜드의 미니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 뷰티 입문용이나 선물용으로도 딱이였다.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더니 꽤 널찍한 공간의 셀카존이 등장했다. 여심을 저격하는 인테리어에 다양한 소품까지 갖춰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쪽 벽면을 통째로 차지한 셀프 메이크업 공간에도 각기 다른 모양의 거울들을 배치해 수정 메이크업을 한 사람들이 셀카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헤어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고데기까지 체험한 후 시계를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화장품 매장만 가면 서둘러 나오기 바빴는데 어느새 뷰알못에서 뷰티 입문자가 되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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