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에너지 산업 컨설팅을 하면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 통신사나 자동차 제조사 등 과거라면 에너지 산업 전문 컨설턴트인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기업들이 많은 미팅과 세미나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들에게 에너지 산업 컨설팅을 요청하게 했을까.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 에너지 시스템에 균열이 나타나는 조짐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는 지난 3년간 연구한 ‘에너지 카운트다운 클록(Energy Countdown Clock)’ 모델로 앞으로 글로벌 전력 산업이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전환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한다.
첫 번째 전환기는 태양광 등 분산형 전원의 설치비용이 기술 접목으로 점차 낮아짐에 따라, 기존 전력 소매요금과 동등해지는 시기다. 이른바 ‘신(新) 에너지 시장’의 출현이다.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태양광발전 모듈 설치비용은 80%, 풍력발전의 터빈 설치비용은 30~40% 감소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빠르면 2022년을 시작으로 육상풍력과 태양광발전 비용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분산형 전원의 경제성이 확보됨에 따라 점차 전력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력 프로슈머(Prosumer)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간헐성 문제를 완화했을 때의 이야기다.
두 번째 전환기는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EV)의 성능과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해지는 시기다. 이는 202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력과 자동차 산업이 융합하는 시기다. 전기자동차는 현재 많은 국가에서 탈탄소화(Decarbonization)를 위해 보조금 및 인센티브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매년 130% 이상 성장 중인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대로 전력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전력망 운영 사업자는 송·배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투자 및 운영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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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환기는 분산형 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의 균등화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이 기존 전력의 송·배전 비용보다 낮아지는 ‘디지털 에너지 시장’의 도래 시기다. 2035년 이후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사업자와 전력망 운영사업자가 송·배전망에 대해 디지털 제어가 가능해 더 효율적으로 전력망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 시장은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며,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 전력산업의 전환점은 절대 멀지 않다. 오세아니아와 유럽 국가들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대부분 국가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화석연료에 의존해 수직 통합된 전력시장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분산형 전원의 확산에 따른 개방화를 맞이하게 될 때까지 불과 향후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글로벌 전력산업의 전환은 발전사업자와 투자자에게 유리한 투자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전략적 대응에 실패한다면 에너지 전환의 쓰나미에 휩쓸려 도태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변화에 대비하는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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