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대형 기술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 등)는 높은 이익 성장과 주가 상승을 이어왔지만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반독점 이슈 등 리스크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대형 기술주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주주 환원을 통해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은 이익 성장률이 둔화될 경우 주주가 기업에 주주 환원(배당, 자사주매입)을 요구한다. 만약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거부할 경우 지속적인 경영을 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성장이 강할 경우에는 자본금을 더 늘려 투자자금을 마련해주지만 성장이 둔화될 경우에는 반드시 분배를 통해 주주의 부를 증가시켜야 하는 시장이다. 주주 환원으로는 배당과 자사주매입이 있다. 배당은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현금 (또는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자사주매입은 주식을 매수한 뒤 소각해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고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이처럼 주주 환원을 통한 주식가치 상승은 대형 기술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주 환원을 강하게 시작했다. 당시 12개월 선행 ROE는 지속 감소했으며, 윈도와 익스플로러 등 사업이 성숙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강한 주주 환원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ROE를 끌어올렸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애플이 본격적으로 주주 환원을 시작한 시기는 2013년이다. 애플은 거듭되는 아이폰 시리즈에서 EPS 성장을 꾸준히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애플의 12개월 선행 ROE가 2년 연속 감소하기 시작하자 애플은 자사주매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주가를 견인하면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다.
알파벳은 2015년부터 자사주매입을 시작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광고시장에서의 약진은 알파벳의 12개월 선행 ROE를 5년 연속 감소시켰다. 알파벳의 주주 환원 규모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적어 ROE를 상승시키진 못했지만 반대로 감소하지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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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2017년 주주 환원을 시작했다. 당시 개인정보유출 건수로 악몽에 시달리던 페이스북은 사이버보안에 큰 비용 증가가 있었고, 이는 이익 마진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주주 환원을 통해 주가 견인을 꾀한 것이다.
이처럼 대형 기술주들의 필요에 의한 주주 환원 정책은 주가의 하방을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같은 논리로 아직 주주 환원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아마존은 이익 성장이 둔화되거나 정치적 리스크 요인이 커질 경우 주주 환원을 통해 ROE를 상승시킬 요인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반독점 이슈가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변동성을 높이고 있지만 강한 현금흐름을 활용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은 이러한 위험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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