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투명한 절차를 따르는지 확인하겠지만 선임은 주주와 이사회의 몫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당국의 법률 리스크 지적으로 KEB하나은행장 연임이 무산되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초청 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간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 주주와 이사회가 선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에 따라 투명한 절차를 따르는지 확인하는 것이 의무”라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국의 신한금융 회장 선임 절차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26일 회추위 첫 회의를 열고 1차 후보군인 ‘롱리스트’를 추렸다. 조용병 회장의 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와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회추위를 조기 가동한 것이다. 롱리스트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은행·카드·금융투자 등 신한금융의 주요 계열사 전·현직 CEO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회장 선임을 두고 법률 리스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올 초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에 도전하려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채용 비리 혐의 등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우려를 표하면서 연임을 포기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시중은행장과 만났지만 파생결합펀드(DLF) 대책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장들과 만나기 위해 12월 중 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 은 위원장은 담보 대출 늘리기에만 급급한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 행태를 꼬집으며 은행이 동산금융·모험자본 활성화 등 혁신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과거에 비해 건전해졌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돈이 융통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이 그동안 안정성만 챙겼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보다 은행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돈을 융통하지 않고 틀어쥐고만 있는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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