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9월께 발표하는 직전 연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조사 결과가 올해는 연말이 다가왔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달 중 결과를 내놓겠다던 당국은 또 한 차례 발표 시기를 한 달 뒤로 늦췄다. 업계에서는 해외 금리 연동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일으킨 우리·KEB하나은행의 점수가 지나치게 높아 발표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현황을 파악해 영업 관행을 개선하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조사를 위한 조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18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다음 달 중순 발표하기로 하고 발표 일자를 조율 중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조사는 은행·보험사 등 66개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현황과 체계를 평가하는 것으로 민원건수 등 10개 항목을 각각 ‘우수-양호-보통-미흡’ 4단계로 구분해 평가한다. 특히 금융사는 평가 결과에 따라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보통 금감원은 조사 결과를 8~9월께 발표해 하반기 중 금융사들의 영업 관행 개선을 유도하지만 올해는 발표 시점인 8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DLF 손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발표 시기가 미뤄졌다. 두 은행에서 벌어진 불완전판매 사태로 64개 금융사가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 현황과 제도를 평가받고 개선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전년도 조사 결과를 이듬해 연말이 다 돼서야 발표한다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DLF 사태’를 조사 결과에 반영할지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8년 평가 결과인데 올해 상반기 벌어진 DLF 사태를 반영할지 등을 두고 아직 고심 중”이라며 “DLF 사태 실태점검 상황을 보고 발표해야 할 것 같아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늦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은 터라 금감원이 평가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평가에서 우리은행은 상품개발 과정과 상품판매 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등 2개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이 전년도 평가에 후행적으로 두 은행의 불완전판매 실태를 반영해도 문제는 남는다. 금감원이 매년 실시하는 실태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나온다면 비난의 화살이 금감원을 향할 게 뻔하다”며 “전년도 평가에까지 DLF 사태를 소급 적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금감원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은영·이태규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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