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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바늘구멍 In서울…솟을구멍 人서울

■"집 어디에 샀냐" 이 한마디로

대답하는 사람의 신분이 결정된다

서울·지방에 집 산 두 40대 가장

서울 24% 뛸때 지방은 11% 뚝

5년 뒤 집값 격차 10억원대 육박

중산층 진입 결정짓는 주요인으로





# 경남의 한 도시로 이전한 A 공기업에 재직 중인 김모(43) 차장. 최근 뚝뚝 떨어지는 집값 소식에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 이전으로 갑작스럽게 일터를 옮기게 된 김 차장은 이전 초기 ‘주말부부’로 서울의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그러다 가족과 상의 끝에 회사 인근으로 가족 모두가 내려오기로 결정한 것이 5년 전. 지금껏 모은 재산에 빚을 더해 회사 근처의 전용 85㎡ 아파트를 3억6,000만원에 구입했다. 공기업 이전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뿔싸, 5년여가 지난 현재 이 단지의 같은 전용면적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실거래 기준 2억7,000만원 수준이다. 거의 1억원 가깝게 떨어졌다. 김 차장은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겨우 서울에 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서울로 돌아가기는 것은 꿈도 못 꾸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같은 회사의 최모(44) 차장은 김 차장과 달리 서울에 남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중이다. 최 차장은 본사 이전에도 기존에 다니던 경기 지역 사무소에 그대로 남았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구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그는 같은 기간 동안 집값이 6억원 넘게 올랐다. 2014년 4월에 6억3,000만원이었던 최 차장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최근 실거래가가 12억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호가는 13억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회사가 이전할 무렵 3억원도 안 됐던 두 사람의 집값 격차는 5년여 만에 10억원 가까이 벌어졌다. 최 차장은 “맞벌이로 이자를 갚아가며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덕분에 가까스로 중산층에 남은 느낌”이라고 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서울-지방 간 ‘집값 양극화’가 40대 중년층의 자산·신분 격차를 촉발하고 있다. 취업난을 뚫고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며 가정을 꾸린 것은 같은데 어디에 터를 잡았느냐의 차이로 신분 격차가 벌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서울에 터를 잡았더라도 집을 샀느냐, 전세를 구했느냐의 차이가 있고 또 강남이냐, 강북이냐의 차이도 있다. 사는 곳이 신분을 결정 짓는 ‘헬조선(한국을 지옥에 빗댄 인터넷 조어)’판 ‘두 도시 이야기’라는 자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를 보면 2014년 11월10일부터 2019년 11월18일까지 5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은 5.47% 상승했다. 평균치는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지역별 편차가 크다. 서울은 이 기간 24.7%가 상승한 반면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8개 도는 -11.27%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조선경기 한파를 맞은 경남 거제는 무려 -41.44%가 떨어지면서 말 그대로 집값이 반토막이 났다. 경남은 -19.02%로 전국 도 단위 중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경북(-17.57%), 충북(-15.52%), 충남(-14.84%), 울산(-12.04%) 등 전방위 지방 한파가 몰아쳤다. 서울에서도 강남권역은 27.54%가 올라 강북권역(21.35%)과 차이를 벌렸다. 이 기간 서울 전셋값은 17.94%가 뛰었다. 전세살이는 팍팍해졌고 서울 집주인들은 웃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집값 격랑기’에 집중적으로 집을 산 현재 40~50대 중산층 직장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자산 격차를 초래했다. 가난한 지방 농가 출신으로 악착같이 공부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뒤 취업해 서울에 터를 잡은 최 차장은 본인 스스로 ‘안심했다’고 할 정도로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김 차장을 비롯한 지방에 머물고 있는 많은 40대 가장들에게는 서울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유리벽이 더욱 두꺼워지는 모습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노력이나 재능의 차이가 아닌 단순히 ‘어디에 집을 갖고 있느냐’ 하는 조건만으로 신분이 정해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시장에 개입한다고 해도 ‘서울 내 집’에 대한 수요자의 욕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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