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까지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4%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성장 중심의 경영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1일 금감원은 “24개 생보사의 지난 9월 말까지의 당기순이익이 3조5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4.3% 감소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험영업 부문에서 18조45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 규모가 지난해보다 1조1,755억원(7%) 확대됐다. 금감원은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등에 따른 지급보험금이 증가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영업이익이 18조6,678억원으로 소폭(1,535억원·0.8%) 늘었지만 영업 부문 손실이 워낙 커 전체적으로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그룹별 당기순이익을 보면 대형사와 외국계는 고전한 반면 은행계 생보사는 선전했다.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3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5,80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6.4% 급감했다. 동양·푸본현대·라이나·메트라이프·카디프·ABL·처브라이프·AIA·푸르덴셜 등 외국계 9개사도 7,665억원으로 16.3% 줄었다. 반면 교보라이프·미래에셋·흥국·DB·오렌지라이프 등 중소형 5개사는 4,176억원으로 3.7% 증가했다. DGB·KB·신한·IBK·농협·KDB·하나 등 은행계 생보사는 2,92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5.7% 급증했다.
수입보험료를 보면 3·4분기까지 수입보험료는 78조1,7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52억원(0.4%) 증가했다. 보장성보험이 32조2,808억원으로 4.1% 증가했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24조3,197억원으로 4.8% 줄었다. 퇴직연금·보험은 8조1,014억원으로 17.6% 증가한 반면 변액보험은 13조4,722억원으로 7.6% 줄었다.
금감원은 자료에서 “보험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수입보험료 성장 중심의 경영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 보장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개발 과정에서부터 민원·분쟁 소지를 최소화하며 영업 효율화 및 리스크 중심 경영으로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저출산·고령화, 저금리, 저성장 등으로 보험업 환경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데 반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등은 리스크 관리보다 여전히 수입보험료 등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변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자료를 통해 리스크 동향 등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적은 많지만 이처럼 금융사에 지속 가능한 경영을 권고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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