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채무가 735조6,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빚 부담이 1,400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8년에는 국가채무가 1,500조원에 육박하며 1인당 부담액은 2,870만원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전인 2009년 723만원이던 1인당 빚 부담액이 올 들어서 약 2배로 늘어난 데 이어 9년 후 또 2배가 되는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빚 부담을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하는 국가채무는 1,418만원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지난 2013년부터 국가채무와 국민 1인당 국가채무를 계산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나랏빚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에서다. 예정처는 9월 말 국가채무 735조6,000억원을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주민등록인구 5,185만명으로 나눠 계산했다. 1초당 200만원씩 나랏빚이 늘고 있다고 예정처는 추정했다.
하지만 예정처가 국가채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취지가 무색하게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2004년 203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200조원을 돌파한 국가채무(D1·중앙+지방재정 채무)는 2008년 300조원, 2011년 400조원, 2014년 500조원, 2016년 6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가 740조8,000억원까지 껑충 뛴다.
특히 문제는 앞으로다. 급증하는 복지 예산 지출 등에 적자 가계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2019~2023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은 3.9%인 반면 지출 증가율은 2배에 가까운 6.5%다. 수입과 지출의 갭(gap)은 결국 빚을 내 메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3년 국가채무가 1,061조3,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70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인 내년에 800조원을 넘어서고 2022년에는 970조6,000억원까지 채무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도 최근 내놓은 ‘2019~2028년 중기 재정전망’에서 2028년 국가채무가 1,490조 6,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계청이 장래 인구 추계에서 예측한 2028년 총인구(5,194만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 부담액은 2,870만원까지 늘어난다. 불과 9년 만에 1인당 국가채무가 2배 늘어나는 셈이다. 분모에 해당하는 인구 증가 속도는 둔화하는 반면 분자인 국가채무는 빠르게 증가하는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38%에서 2028년 56.7%까지 수직 상승한다. 예정처가 전망하는 2023년 국가채무비율은 48.2%로 정부 전망치인 46.4%보다 1.8%포인트 높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재정 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앞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라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경기를 방어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도 확장재정의 유혹을 버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증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라 이마저도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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