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가격 인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적개선을 위해서는 제품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주요 수요처가 ‘형님’회사인 현대·기아자동차라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가격 인상 협상은 연내 타결이 불투명해졌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서 가격 협상이 지난 11월 중으로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상폭을 두고 수요처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3·4분기 기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4%, 기아차는 1.9%에 각각 그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세단 차종의 판매 부진과 인센티브 부담이 수익성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 성장세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부정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차 강판 사업은 현대차라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뒤를 받쳐주면서 고속성장을 해왔다. 현대제철의 전체 철강제품 생산량에서 자동차 강판의 생산 비중은 약 25%에 달한다. 이 중 약 90%는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직계열화 구조는 시황이 나빠지면서 양날의 검이 됐다. 모기업인 현대차가 원가절감을 내세우면 희생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 2년간 차 강판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철강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품가격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소 톤당 5만원 수준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현대제철은 올 3·4분기에 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41억원으로 전년 동기(1,020억원) 대비 66% 감소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은 전방산업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며 고통을 분담해왔다”며 “이제는 가격 정상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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