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새 지부장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분과동지연대회의 소속 조경근 후보를 선출했다. 강성 노조의 재등장으로 현대중공업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 당선자는 물적분할에 반대해 주총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주도한 현 집행부 사무국장 출신이다. 특히 조 당선자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계열사 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꾸려 그룹사 전체와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 강도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수주 가뭄과 실적 부진을 겪는 와중에 노사 갈등까지 터졌다. 5월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절차로 연 임시주총은 노조의 점거 농성과 폭력으로 얼룩졌고,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굽히지 않으며 전면 파업과 부분 파업을 번갈아 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수주 실적은 올해 10월 기준 연간 달성률 56.2%에 불과하다. 외환(外患)에 내우(內憂)까지 겹쳤다.
현대중공업은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로 세계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 수주 가뭄으로 적어도 내년까지는 실적 회복이 난망하다.
그러나 강경 투쟁 일변도 노선 속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조 내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장기 투쟁에서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집행부 선거가 ‘강성’ 대 ‘실리’의 대결 양상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실리’가 고개를 드는 것은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울산 태화강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대표적으로 파업이 잦은 현대자동차도 8년 만에 임단협을 무분규로 매듭지었다.
현대중공업이 내년에 험난한 파도를 넘으려면 노조의 힘이 필요하다. 선미(船尾)에서 경영진을 도와 한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을 쏴야 한다. 노조는 습관적 파업을 일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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