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인 지난 1989년 5월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에 국내 1호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점장을 맡았던 손윤선씨는 “지금은 편의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때는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24시간 불이 켜진 생소한 모습에 자정이 넘으면 상품 가격에 할증이 붙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편의점 운영방식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맞아떨어지면서 도입 4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편의점의 고도 성장기로 불리는 2000년대를 거쳐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편의점은 4만4,319개에 달한다. 주유소·은행보다 많은 것은 물론 인구당 편의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원조 ‘편의점 왕국’인 일본보다 두 배나 더 커졌다. 한국은 그야말로 ‘편의점 공화국’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세븐일레븐의 ‘걸프컵(대형 종이컵에 담아 먹는 탄산음료)’처럼 서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입 먹거리가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 시대를 지나면서 남녀노소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삼각김밥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자 편의점의 얼굴로 부상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편의점들이 신선식품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보다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게 됐다. 삼각김밥에서 도시락으로 간편식품이 확대됐고 2010년 이후부터는 편의점이 자체 제작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체브랜드(PB) 상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편의점이 판매하는 상품 수는 5,000개가 훌쩍 넘는다.
편의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다양한 생활 서비스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1997년 공공요금 수납대행 서비스를 시작으로 1999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000년 택배, 2009년 국세 수납, 2012년 알뜰폰 판매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생활 편의를 높이는 만능 공간이 됐다. 지금은 세탁부터 전기차 충전까지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편의점은 어디에나 있다. 2008년 지하철과 공항 등에 입점하기 시작하더니 2009년에는 이동형 편의점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넓은 식음료 이용 공간을 갖춘 카페형 편의점과 직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 등 더욱 역동적으로 변신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성장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소량 구매와 근거리 쇼핑에 최적화된 유통 채널인데다 편의점들도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에 맞춘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31.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편의점의 전성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