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교의 한 스타트업캠퍼스에서는 한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 외국 바이오벤처들이 기업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10곳 이상의 바이오벤처들이 자신들의 기업과 연구진,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는데요. 이 곳에 온 바이오벤처들은 한국 벤처캐피탈(VC)의 투자액을 듣자마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한 영국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많이 침체 돼 있다”며 “한국에서는 기술만 좋으면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고 이 곳까지 왔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붐이 일며 해외 바이오벤처들조차 한국에 들어와 투자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쪽 바이오벤처들이 특히 더 적극적인데요, 미국과 달리 VC의 투자가 그닥 활발하지 않은데다, 주식 시장에서도 크게 주목을 못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조금만 성과를 보여줘도 시가총액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며 “임상 3상을 완료한 약 없이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것은 미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고 귀띔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기기, 체외진다 등 헬스케어 기업의 상황은 정 반대입니다. 한국에서 기업공개를 해 봐야 공모가만도 못한 주가가 책정되는 만큼 나스닥으로 직행하겠다는 기업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름을 알 만한 의료기기업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헬스장 등에서 흔히 사용하는 의료기기 ‘인바디’의 경우 체성분분석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지만 시가총액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높은 규제의 허들 때문에 해외시장을 먼저 공략하지 않으면 국내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인 곳들이 많습니다. AI 등 신기술을 접목했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수 년 동안 보고서만 제출해야 합니다. 한 의료기기 업계 대표는 “국내에서 사업도 쉽지 않고, 시장의 관심도 덜한 만큼 바로 미국이나 유럽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25%가 헬스케어 기업인 만큼 콘셉트만 명확하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도,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하는 벤처기업도 모두 바이오분야의 특수성을 꼽으며, 해외 상황 등과 비교해 한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해줄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 벤처 대표는 “바이오 분야는 일반인은 물론, 증권가의 기존 전문가나 VC의 심사역들에게조차 생소한 분야”라며 “특정 업체 대표가 작정하고 숨기고 과대 홍보를 하더라도 잡아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VC들 조차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내면 그만인 만큼 임상 상황 등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며 “정확한 해설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필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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