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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주도 IT시장서 탈피...새 공급체인 구축 '맞대응'

[中 외국산 PC 퇴출...출구없는 G2 대결]

美 '화웨이 압박' 공세에 中 기술독립으로 정면돌파

정부기관 '테스트 베드' 활용...칩·윈도 등 중국산 대체

한국외교 또 갈림길...기업도 자국산 사용범위에 촉각





중국이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자국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공급 체인에서 중국이 벗어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셈이다.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에 오는 2022년까지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퇴출시키고 중국산으로 대체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비밀리에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이 앞서 무역전쟁을 발동한 미국의 ‘불공정 제도·관행’ 주장을 무시하고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 체인을 꾸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미국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폴 크리올로는 “미국이 중국산 기술 제품을 제재하면서 중국 정부가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금지 조치를 시급히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반도체 등 첨단 신경제 산업 주요 제품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IT 제품에 대해 중국 독자기술을 개발한다는 확고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산 컴퓨터 퇴출’은 중국의 기존 첨단기술 개발 과정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막대한 공공수요를 기반으로 일단 기업이 신제품을 만들도록 한다. 이것을 정부가 높은 가격에 대규모로 구매해 일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경쟁력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비롯해 전기자동차·드론 등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번 컴퓨터 사업도 정부기관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하도록 하고, 민간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칩 등 하드웨어는 물론 윈도 등 소프트웨어도 중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게 목표인 셈이다. 정부가 조달하는 기한은 2022년까지, 향후 3년으로 정했다.

외신들은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화웨이를 꼽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의 휴대폰 조사 업체가 지난 9월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미국산 부품이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미국이 칩과 소프트웨어 수출을 불허하자 화훼이는 자체개발로 맞선 것이다. 당장에는 제품 성능에 문제가 있지만 애국심에 불타는 중국인과 중국 정부가 적극 구매해줄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화웨이의 계산이다. WSJ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화웨이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술자립의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전했다.



중국 사업 비중이 큰 글로벌 기업과 한국 제조업체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컴퓨터는 중국 전체에서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민간으로 확산될 경우다.

중국 정부가 일반 개인용 컴퓨터(PC)에서도 시장성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이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 등 한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 전자 업계는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내건 ‘자국산’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 구체화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장 ‘발등의 불’인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무역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양보를 하고 일시 봉합을 구하는 대신, 최근 거세지고 있는 홍콩과 신장위구르의 인권 공세에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쉐커라이티 자커얼(가운데)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구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자커얼 주석은 미국 하원에서 ‘신장위구르 인권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전날 나온 11월 중국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 하락한 데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도 예상을 뒤엎고 하락하자 중국이 15일 이전까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서두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15일까지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중국산 제품 1,560억달러어치에 대해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런훙빈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무역협상 담판과 연관해 양측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 하에 협상을 추진하고 서로의 핵심 우려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며 “관련국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조속히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뉴욕=김영필특파원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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