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의 비상장사)으로 불리는 부동산기술(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중견 건설사 우미건설과 손잡고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을 설립했다. 성장동력에 목마른 중견기업과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간에 협업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스타트업이 투자 펀드를 만든 것이라 더 눈길을 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최근 우미건설과 100억씩 출자해 총 200억 펀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펀드는 국내 프롭테크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이를 위해 직방은 스타트업 중 이례적으로 CVC 설립을 준비 중이다. 삼성그룹(삼성벤처투자), 롯데그룹(롯데액셀러레이터)와 같은 대기업 주도형 CVC는 있지만 창업한 지 10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 직접 CVC를 세우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과거 카카오가 창업 초기 CVC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를 설립했지만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대형 스타트업이 CVC를 세운 사례는 없다.
새로운 CVC 명칭은 브리즈인베스트먼트로 정부의 인가가 나면 박제무 직방 이사가 대표이사를 맡을 계획이다. 박 이사는 외국계 VC인 블루런벤처스(BRV) 심사역 출신으로 VC 투자에 경험이 많다.
직방은 올 6월 골드만삭스 등 기관에 1,2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받으며, 추가 인수합병(M&A)와 프롭테크기업 투자를 공언했다.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7,200억원 수준으로 유니콘 기준에 근접했다. 직방은 이미 네모(상업용 부동산), 호갱노노(아파트 실거래), 우주(부동산 정보) 등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해 벤처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미건설 창업주 이광래 회장의 장남인 이 대표는 평소 부동산에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가 접목된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우미건설과 관계사 우심산업개발은 그간 미스터홈즈(공유주택), 어반베이스(3D 공간데이터), 오티디코퍼레이션(공간 기획 플랫폼) 등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존 건설업에 신사업을 접목해왔다. 이 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안성우 직방 대표에 기꺼이 1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고 안 대표 역시 이에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방 관계자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위한 CVC 설립이 아니라 프롭테크 시장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며 “현재 CVC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창투사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존 산업 내 중견기업들은 올들어 신기술, 새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과 협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사업 구조를 스타트업과의 협력으로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실제 퍼시스도 리모델링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에 직접 투자를 하고 로지스팟(운송), 트레바리(커뮤니티) 등 스타트업과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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