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가 기업공개(IPO)에 나선 항암 신약 개발사 메드팩토의 공모가가 희망 밴드 안에서 결정됐다.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하는 바이오 벤처의 공모가가 당초 계획한 밴드에서 결정된 것은 하반기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기평 재심사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메드팩토의 높은 신약 개발 역량과 주관사의 합리적 공모가 산정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드팩토의 수요예측 ‘선방’이 잇단 임상실패로 식었던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메드팩토의 공모가가 4만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회사가 희망한 공모가는 3만4,000~4만3,000원. 하단보다 상단에 가까운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면서 주관사인 삼성증권(016360) 내부에서도 수요예측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심은 좋지 않았다. 신라젠·헬릭스미스가 임상에 잇따라 실패하며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높아졌다. 특히 기술평가·성장성·테슬라 요건 등 특례로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바이오 벤처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불확실한 미래기술에 투자하기보다 성장성이 다소 낮더라도 확실한 이익을 내는 회사에 투자하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했다는 게 IPO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5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압타바이오 이후 올리패스·라파스·제테마·티움바이오·리메드·제이엘케이인스펙션·신테카바이오 등 특례상장을 추진한 바이오 관련 벤처들의 공모가는 모두 밴드 하단 아래서 결정됐다.
메드팩토의 상장도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술평가 특례상장을 위해선 두 곳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BBB 이상 평가등급을 받아야하는데 지난 5월 진행한 기평에서 A·BB 등급을 받으면서 탈락했다. 기평에 탈락하면 6개월 이후에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거래소 규칙(종합평가등급 차이가 2등급 이상일 경우 즉시 재신청이 가능)에 따라 탈락 즉시 기평을 재신청하는 에피소드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주관사인 삼성증권의 역할도 컸다. 그동안의 상장 업무 경험을 기반으로 메드팩토의 기술이 특례상장의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리고 기평상장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평에 떨어진 일부 바이오 벤처들이 성장성 등 다른 특례제도를 통해 IPO를 진행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공모가를 보수적이거나 공격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책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들의 수요예측 참여 건수 731건 중 272건이 밴드 중간값 이상을 공모희망가로 써냈다. IPO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이 공모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면서 회사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무조건 하단 미만으로 가격을 써내는 기관투자자들이 있는 상황”이라며 “희망밴드 중간값 이상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것은 (공모밴드 산정이) 합리적이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메드팩토의 수요예측 선방이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심 회복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SK바이오팜의 임상성공으로 IPO 시장의 분위기가 개선된데다 브릿지바이오·천랩 등 굵직한 바이오 벤처들도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쳐 연내 코스닥 입성을 예정하고 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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