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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한국시장의 프리미엄은 어디서 생기는가

최혜령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최혜령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해마다 이맘때면 증권사에서는 내년도 주식시장 전망치를 쏟아내느라 바쁘다. 내년도 전망에 앞서 한국 상장기업들의 최근 몇 년간 성과와 한국 주식시장의 현재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싸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한국 주식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 하지만 비싸다는 쪽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고 현재의 주가 거래폭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크레디트스위스홀트(HOLT)의 밸류에이션 툴로 분석해보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회사의 실제 현금흐름 할인율(CFROI)보다 주가에서 산출되는 CFROI가 1% 정도 높아 실제로 지난 5년간 한국 시장이 프리미엄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주식들이 글로벌 동종 주식들보다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그렇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프리미엄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한국이 주도하는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 분야에서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일까.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홀트의 분석으로는 지난 5년간 주가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생긴 업종은 IT를 제외한 업종들이었다.



지난 1990년 후반 한국 상장기업의 투자 자본은 55% 정도가 소위 말하는 플랜트, 즉 제조 설비에 투자됐다. 그런데 이 비율은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감소해 지난 5년 동안은 45%대에 머물고 있다. 플랜트 자체 투자 비율이 20%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투자 자본의 3%에 불과하던 무형자산 투자 비율은 3배나 증가해 현재 9%에 달한다. 거의 산업 구조 자체가 변했다고 이야기할 만한 정도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쟁이 많은 제약 바이오 산업을 제외하고 엔터테인먼트·미디어·게임·소프트웨어와 같은 산업을 ‘자산 경량 산업’으로 정의해 살펴본다면 해당 업종의 시가총액은 2000년 초반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던 것이 현재 6%대까지 증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2개 종목이 전체 한국 시가총액에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업종이 가시성을 띠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해당 업종의 주식 투자 위험 프리미엄은 3%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다른 상장 주식의 투자 위험 프리미엄은 7%대 중반이다. 한국의 자산 경량 산업들은 다른 한국 주식들과 비교해 선진시장과 이머징마켓 간의 격차보다도 더 큰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프리미엄은 대부분 투자 자본 비중이 낮은 자산 경량 사업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자산 경량 산업에 들어가는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 다른 상장사에 비해 투하 자본의 비중은 작아졌지만 소위 말하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경제 다이내믹에 따른 혁신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혁신 기업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프리미엄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혁신에 대한 주식시장의 프리미엄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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