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9일 마감하는 서울옥션 자회사 옥션블루의 온라인 경매에 구제 스니커즈 한 켤레가 나왔다. 지난 1985년 발매된 에어 조던의 오리지널 제품인 ‘에어 조던 1 시카고’인데 발목 부분에 새겨진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이 프리미엄으로 더해져 있다. 시작가는 5,000만원, 추정가는 무려 8,000만원에 이른다.
정통 미술품 경매회사로 시작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경매에 그림과 조각, 와인과 보석 외에 구제 신발과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예상 밖의’ 물품들이 오르고 있다. 경매물품을 다각화하려는 경매회사들의 노력에 더해 밀레니얼을 위시한 젊은 세대가 신규 컬렉터층으로 부상하면서 품목부터 소비방식까지 경매 시장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스니커즈는 최근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와 투자 열기가 동반 상승하는 품목이다. 전 세계 스포츠화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약 11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은행 코언앤드컴퍼니는 스니커즈 리세일(재판매)시장만 7조원(60억달러)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이끄는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가 협업해 지난달 21만9,000원에 출시한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노이즈 한국 한정판’은 서울옥션블루가 만든 거래플랫폼 XXBLUE(엑스엑스블루)에서 3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의 유나리 책임은 “밀레니얼과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 소비층이 이끄는 운동화 리세일 시장은 모으는 재미 이상의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XXBLUE의 운동화 판매 일 최고 거래액은 2억원에 달했다.
장난감으로 치부되던 한정판 ‘아트토이’도 현대미술가 카우스의 아트상품, 베어브릭 등이 경매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여기서도 40대 미만 젊은 컬렉터가 주고객층을 이룬다. ‘오디오 마니아’ 층을 겨냥한 음향장비 경매도 낙찰률이 높은 편이다.
케이옥션이 오는 17일 마감하는 ‘프리미엄+자선 온라인 경매’에는 발뮤다 공기청정기와 토스터, 템퍼 매트리스, 호텔숙박권과 인테리어 상담권까지 나왔다. 모션베드와 베개 세트를 포함한 템퍼 매트리스의 추정가는 1,100만~1,400만원인데 시작가 700만원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판매가 145만원대 발뮤다 공기청정기는 시작가 70만원부터, 52만원 상당의 발뮤다 토스터는 20만원부터 응찰할 수 있다. 일반 판매가보다 시작가가 낮은데다 수익금이 기부에 쓰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매를 통해 밀레니얼의 유행추구 성향과 착한 소비 추구의 다소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구매 경로가 마련된 것”이라며 “단순한 정서적 만족 이상의 수익성과 자선활동까지 추구한다면 젊은 세대의 새로운 컬렉터층을 끌어들이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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