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달의민족이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된다. 이는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전 세계 43개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배달 거물 역시 토종 스타트업인 배달의민족의 경쟁력을 인정한 것이다. 두 기업의 연합은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후발 정보기술(IT) 대기업과 온라인 쇼핑 업계의 도전에 맞설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DH의 아시아 사업을 맡아 글로벌 배달 앱의 각축장인 동남아 시장에 배달의민족의 한국적 DNA를 심는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13일 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등의 내용으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이번에 인수하는 투자자 지분 87%는 힐하우스캐피털·알토스벤처스·골드만삭스·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보유하고 있다.
DH는 유럽·아시아·중남미·중동 등 전 세계 43개국에서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업체로, 국내에서는 배달 앱 시장 점유율 2위·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업체 인수를 글로벌 진출의 전략으로 삼아온 DH는 이번에 배달의민족까지 흡수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60%, DH의 요기요와 배달통이 합산해 40~45%였다. 국내 배달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배달의민족은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갖기 위해, DH는 배달의민족의 노하우로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 대표는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DH가 진출한 아시아 11개국의 사업 전반을 맡는다. DH는 현재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지만 경쟁사인 그랩·우버이츠·고젝 등 글로벌 플랫폼에는 수세가 밀리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노하우를 DH에 접목해 일본계 거대 자본이 투자한 그랩·우버이츠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회사를 지키기 위해 주식시장 상장과 신규투자 유치, 글로벌 기업과의 연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DH와의 협상을 통해 더 큰 기회를 얻고 보다 강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M&A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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