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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막내가 탄 '고진감래'…필름 끊긴 송년회 '술생술사'

☞'고'생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히 '내'일 뵙겠습니다

■밀레니얼이 바꾼 송년회







# 대기업 신입사원 A(26)씨는 송년회가 다가오자 기대감에 부풀었다. 술자리가 아니라 뮤지컬을 단체관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표값만 10만원이 넘는 뮤지컬이라 보고 싶어도 평소 쉽게 보지 못했는데 송년회로 뮤지컬 관람까지 할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 20·30대 직원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 홍보대행사 B사는 올해 송년회가 없다. 재작년에는 홍대의 큰 술집을 빌려 성대하게 송년회를 치렀고 지난해에 호텔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바꿨다가 올해는 아예 없애면 어떻겠냐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회사도 매년 송년회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2030 “귀가 시간 늦어져서 부담…

억지 리액션도 싫증” 술자리 피해



거나한 술자리로 대표되던 직장 송년회 문화가 20·30대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의 입김에 탈바꿈하고 있다. 2차, 3차까지 늘어지는 송년회보다는 빨리 끝나고 모두가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크루트가 최근 2030 직장인 7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식문화’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71%)은 ‘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가 26%로 가장 많았고 ‘자리가 불편해서(24%)’ ‘재미없어서(17%)’ ‘자율적인 참여 분위기가 아니라서(17%)’ 등이 뒤를 이었다. 한 금융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C씨는 “송년회 자리가 늦게 끝난다고 해서 다음날 출근을 늦게 해도 되거나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억지로 리액션을 하면서 긴 시간 고문당하느니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40·50대 직장인들은 동료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며 인간적인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자리들이 빠르게 없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50대인 대기업 부장 D씨는 “지난해 송년회로 공연을 관람했다. 2~3시간 동안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무대만 보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송년회라고 할 수 있나”라며 “회삿돈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을 위한 체험을 하는 것 같아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최근 직장 송년회가 ‘럭셔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40·50대와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이 타협을 본 지점이다. 적당한 시간을 확보하면서 평소에 가보기 어려운 곳에서 식사를 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장하는 송년회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서울 시내 호텔의 회식 예약 전쟁이 시작됐다. 부티크호텔 레스케이프의 양식당 ‘라망 시크레’와 중식당 ‘팔레드신’은 연말이 되면서 점심시간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삼삼오오 찾아오는 직장인들의 수가 하루 전체 고객의 40%에 달할 정도다. 최근에도 한 화장품 회사 직원 20여명이 연말 회식을 겸한 점심 식사를 위해 라망 시크레를 찾았다. 라망 시크레 관계자는 “계절마다 특별한 콘셉트의 요리를 선보이는 덕에 트렌드에 민감한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패션·뷰티 회사나 금융권 회사들의 단골 점심 회식 장소로 뜨면서 4~6명의 팀원 단위나 10명 이상 단체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드신 관계자는 “저녁 시간대 룸과 라운지 모두 연말까지 만실”이라며 “메뉴별로 자유롭게 나눠 먹을 수 있고 8·10·14인이 들어갈 수 있는 별도 룸과 24명 이상의 단체손님을 위한 라운지 공간이 있어 단체 예약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팔레드신은 올해 처음 회식용 메뉴를 따로 만들었다. 베이징덕 2마리 등이 포함된 8인 세트메뉴 ‘위시유럭, 덕(Wish You Luck, Duck)’ 패키지와 광둥식 어린 돼지 구이 한 마리 등으로 구성된 10인 세트메뉴 ‘피그위드복(Pig with 福)’ 패키지다. 두 패키지는 송년회와 신년회가 집중된 내년 1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선보인다. 또 송년회를 위한 영상 등을 준비하는 회사원들을 위해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무료로 제공한다.

호텔 뷔페·고급 레스토랑서 식사 등

4050과 럭셔리 송년회로 타협 추구

공연으로 대신하거나 아예 안하기도

오피스 상권인 서울 을지로 일대의 호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의 경우 이달 예약분이 이미 지난달 첫째주에 꽉 찼다. 보통 12월 예약은 11월 중순에 마감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빨리 예약문의가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롯데호텔서울 이그제큐티브타워 35층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도 지난달 기준 단체룸 예약문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5~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서울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11월 말부터 송년회 예약문의가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11월 중순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점심시간에 단체 예약문의를 하는 고객들이 특히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호텔 식음업장뿐 아니라 한남동 등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도 떠오르는 송년회 장소다.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한식당 ‘소설한남’은 이달 초 기업의 대관문의가 11월 대비 약 15% 증가했다. 이곳에서의 저녁 식사는 1인당 13만원이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가격대는 높더라도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소비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회사 주도의 송년회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밀레니얼 고객 등의 영향으로 술이 빠지지 않았던 왁자지껄한 송년회가 조용하고 격식 있는 식사 모임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허세민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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