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해외 대체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기업 위주로 진행하던 인수금융을 해외 의료 인프라까지 확대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호주 업계 1위 의료 인프라 기업인 아이콘(Icon)그룹에 인수금융을 완료했다. 총 7억호주달러(약 6,000억원) 가운데 2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했다. 5년 만기로 금리는 5% 후반대다.
아이콘그룹은 항암센터와 컴파운딩·약국 등을 보유한 호주 최대 항암치료 기업집단이다. 항암센터의 경우 방사선 클리닉과 화학치료를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컴파운딩(의약품 제조)은 대규모 시설과 판매 네트워크를 갖춰 호주 내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약국 브랜드인 에픽(Epic), 슬레이드 파머시(Slade Pharmacy) 등도 52곳을 운영한다. 대부분 병원 내 입점해 항암제 조제 위주의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다. 본사는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 싱가포르와 홍콩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대 주주는 골드만삭스로 46.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 국부펀드인 QIC(11.06%)도 주요 주주다.
이번 딜은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이 직접 진행했다.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성과 아이콘 기업이 가진 아시아 지역의 의료 인프라의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는 저금리와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체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최근 2~3년간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소화되지 못하는 물량이 생겨나는 부동산과 달리 해외 기업들에 대한 인수금융은 아직 먹거리가 많다는 평가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금융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은 개별기업과 산업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해 실물투자보다 훨씬 어렵다”며 “그러나 국내 기관들이 해외 실물투자 비중을 줄여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콘그룹의 대출채권은 대부분 국내 기관에 셀다운을 했다. 가장 많은 물량을 가져간 것은 신한대체투자운용으로 1억7,500만호주달러(약 1,4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은 구조화 사모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공제회와 금융사들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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