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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두산, 10조 시장 '코봇' 개발 팔 걷었다

성장세 빠른 '황금알' 시장

산업용로봇 등 영역확대 집중

AI·ICT 접목해 기술개발 가속

주도권 쥔 유럽 업체에 도전장

두산로보틱스의 ‘A시리즈’ 협동로봇. /사진제공=두산




#. 밀려드는 손님에 정신없이 바쁜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사람 팔처럼 생긴 로봇에 정보를 입력한다. 로봇은 수십 가지 원두 중 주문받은 것을 골라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커피를 뽑는다.

#. 대형 제조업체의 공장. 작업자가 “빨간색 부품 집어서 올려줘”라고 말하자 명령을 인식한 집게 모양 로봇이 빨간색이 칠해진 부품을 천천히 들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는다.

‘협동로봇(cobot)’이 바꿔놓은 일상과 산업현장의 모습이다. 협동로봇은 근로자를 도와 제품 생산을 돕는 로봇이다. 인간의 팔처럼 생겨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사람과 닿으면 멈추기 때문에 안전하다.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전까지 유럽 업체들이 주도했던 시장에 두산·현대중공업 등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협동로봇은 거대한 최신 산업용 로봇에 비하면 단순하지만 일상을 바꾸는 힘은 이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성장세도 빠르다. 미국 벤처캐피털 리서치 회사인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3억8,000만달러(1조5,725억원)에서 오는 2025년 92억1,000만달러(10조4,947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신규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서비스 로봇과 산업용 로봇 등 신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66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5년 내 1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KT와 함께 개발·제작한 모바일서비스로봇 ‘유니(UNI)’를 다음달 호텔에 배치하고 대형마트와 레스토랑·가정 등 일상에 적용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을 지속적으로 개발·상용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KT는 지난달 함께 개발한 협동로봇을 시연하기도 했다. 양사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협동로봇에 지능형 영상분석 기술을 결합한 신개념 AI 로봇을 만들기로 하고 투자와 기술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두산은 한발 앞서 협동로봇 시장 공략에 나선 업체다. 전통적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두산은 지난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과 개발자를 영입해 2년 만에 8개 모델의 협동로봇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안전 펜스 없이 작업자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작고 이동이 용이해 생산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에 연간 최대 생산량 2만여대의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에서 3C(컴퓨터·통신·소비자가전) 산업이 밀집해 협동로봇 수요가 높은 광둥 등 중국 남부 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협동로봇에 진출한 한화정밀기계는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2017년 3월 협동로봇 HCR-5(가반하중 5㎏)를 출시하고 지난해 10월 ‘한화로보틱스’ 브랜드를 론칭하고 가반하중 3㎏, 12㎏ 모델까지 모델을 확장해 양산·시판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지난해 유럽과 중국·미국 등에 대한 판매망 구축을 완료하고 싱가포르에 합자법인을 세워 현지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현재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이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화낙(FANUC)과 ABB 등 업체들도 국내 업체보다 2년 정도 시장 진출이 빠른 상황이다. 로봇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이 장점”이라며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추월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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