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수년간 제조 원가에도 못 미치는 대금을 지급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가 검찰 고발됐다. 회사 측은 “조선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검찰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2018년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1,785건의 추가 공사 작업을 위탁했다.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결정해버렸다. 공정위는 “대금 결정 과정에서 업체와의 실질적 협의가 없었고,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후 결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12월에는 선박 엔진 관련 부품 업체들을 불러모아 일률적으로 단가를 10%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 시켰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해 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는 하도급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2018년에는 207개 하도급 업체에 총 4만8,529건의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맡기면서 작업 내용과 대금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 종료 후 발급하기도 했다. 하도급업체들이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조선업계의 관행적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협력사와 상생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조선업의 특수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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