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오랜 마찰 끝에 합의점들을 찾아가며 거대한 통합의 기틀을 마련해가고 있다. 세상을 보는 기준, 시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계가 통합으로 가는지 다양성의 분열로 가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의 지평을 넓게 보면 유발 하라리가 주장한 바와 같이 세상은 통합의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당시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방향성에서 장구한 역사에 걸친 전 지구적 통합을 제시한 하라리의 주장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갈수록 다양성과 개성, 맞춤형으로 분화되는 듯 보이는 세상을 통합이라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이 분열의 갈등을 겪고 있고 상품과 서비스는 개인적인 특성에 맞춰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을 강화하고 있지 않던가. 로마 시대 라틴어는 로마제국의 분열과 함께 프랑스어·독일어·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분절됐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는 개성과 다양성을 최고의 가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생존본능에서 보면 다양성과 분화, 분열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연선택의 생존자가 되려면 획일적인 모습보다는 다양성이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은 분명 통합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수천, 수백년 전에는 지금과 같은 통합된 소통의 언어(영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낯선 나라에 도착해 이상한 나라의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신기한 생물취급을 받는 21세기 하멜은 더 이상 없을 듯하다. 주요20개국(G20) 정상상회의에서는 한날한시에 무려 20개국의 대표들이 모여 세계 문제를 논의한다. 홍콩 시위는 유럽의 금융시장을 철렁이게 만들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수많은 국가의 경제를 들썩이게 한다. 여전히 제 눈에 안경이라고는 하나 우리가 보는 미는 8등신의 고운 피부 조각 같은 이목구비로 통합됐다. 최고의 부동산은 뉴욕 맨해튼, 서울 강남의 아파트로 좁혀졌다.
하라리의 생각처럼 통합과 분열은 짧게 보면 혼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통합인 것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방향은 항상 통합으로 보인다. 통합의 기저에는 강력한 분열, 즉 다양성이 존재한다. 최고의 통합일수록 최고의 다양성을 포괄한다. 기준(Standard)은 가장 강력한 다양성에 두루두루 접목될 때 완성된다. 아마존·구글·네이버 등은 강력한 개성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즈니스 구조에서는 롱테일로 표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통합을 주도한 미국은 현존하는 국가 형태 중 가장 다양한 민족·문화·사상·시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로마제국·스페인·영국제국 등 수많은 통합 제국의 탄생은 최고의 다양성과 포용에서 가능했고 획일화와 배타에서 분열됐다.
이미 정반합의 변증법에서 논의가 끝났을 것 같은 ‘통합과 분열’은 두 가지, 투자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쏠림과 포용이다. 1등과 최고로의 통합은 자산시장의 큰 흐름의 연장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삼성전자·네이버를 비롯해 미국시장·달러·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집중은 지속될 여지가 있고 그 쏠림은 그들이 포용에 기반을 둔 다양성이 지속될 때까지만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 남북문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슈 또한 좀 더 큰 규모의 통합 과정이며 포용과 다양성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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