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타 코지 일본대사가 19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면담하면서 “한일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경대응이 정면 충돌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경색된 상황에서 일본이 먼저 간접적으로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관계가 나쁘더라도 경제교류는 이어가자며 손을 내민 것이다.
최근 부임한 도미타 대사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김 회장과 20여분간 면담했다. 도미타 대사는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이어 이날 중기중앙회를 방문했다. 김 회장은 도미타 대사와 면담 직후 본지와 만나 “도미타 대사가 ‘열심히 일을 해서 한일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도미타 대사는 어려운 시기에 한국에 부임한 만큼 (주위에서) 잘 하라는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라며 “이번 면담을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계도 일본 중소기업계와 다양한 교류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도미타 대사가 재계 단체를 방문해 정치적으로는 한일 관계가 경색이 돼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교류를 정상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는 24일 중국에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도미타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일본대사관 참사관·공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조만간 중기중앙회 임원진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일본에 다시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화답했다. 일본 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교류를 해 온 중기중앙회는 지난 8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경제사절단 파견을 준비했지만 양국 관계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무산됐다. 이 때문에 연내 경제사절단을 다시 파견하겠다는 뜻을 김 회장이 전달한 것이다. 도미타 대사는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까지 김 회장에게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등 국내 반일정서를 의식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백지화 등의 근본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 교류를 한다고 해도 일본 여론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김 회장과 도미타 대사는) 양국의 중소기업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중소기업은 금형이나 공구 등 여러 분야에서 대기업 보다 활발하게 일본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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