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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인사가 만사인 시대는 지났다

허세민 생활산업부





“미국 오프라인 유통 강자 월마트가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을 인수했을 때의 충격, 그만큼의 크기라고 보기는 어렵죠.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이번 대표 교체가 대기업의 관성적인 임원 물갈이인지, 아니면 혁신의 시작일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10월부터 새해를 앞둔 지금까지 유통업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e커머스발(發) 유통 전쟁으로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표가 줄줄이 교체되는 쇄신 인사가 이뤄졌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는 적지 않은 충격파를 안겨줬지만 정작 현재 위기를 촉발한 e커머스 업계는 ‘관심 밖’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안간힘을 쓰며 온라인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고 하지만, 정부의 출점 규제가 발목을 잡고 오프라인 기반의 ‘DNA’도 단숨에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음주부터는 대규모 점포 출점 시 주변 상권영향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e커머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대표 교체’ 카드로 단숨에 역전시키기에는 대외적 환경이 불리한 셈이다.



신규 출점 대신 온라인 유통 사업을 강화한다고 해도 대기업의 수직적 의사결정 체계가 한계로 꼽힌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e커머스는 상품기획자(MD)가 의사결정을 하고 사후통보를 하는 등 유연하게 움직이지만, 사전보고가 생명인 대기업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롯데는 이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강희태 유통 BU(Business Unit)장 중심으로 일원화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1년도 길다”며 신년계획마저 세우지 않는 몇몇 e커머스 업체의 역동적인 사업 방식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단물만 챙기는 ‘체리피킹’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1인당 설치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수는 2017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5개에 머물러 있다. 이들의 주요 이용 앱은 쿠팡(46.7%), 네이버(39%), 11번가(31.3%), 위메프(29.5%) 등이다. 온라인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제 살 깎아 먹기’도 경계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희망적인 말에 기댈 시기가 아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안간힘을 쓰는 동안 e커머스 업체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온라인 흐름에 편승하면서도 오프라인 유통을 동시에 이끌고 갈 ‘신의 한 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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