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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사람 살리는 '칼'을 든 남자

■이재헌 지음, 삼인 펴냄





요르단의 북서부 이르빗 지역의 람사 병원. 시리아와 인접한 이곳은 요르단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오는 사람이 더 많다. 이 병원을 국경없는의사회가 임대해 쓰고 있다. 집 근처에서 빨래를 하고 있던 17세의 소녀는 갑자기 날아온 사제 폭탄에 두 다리가 산산조각 났다. 한쪽 다리는 무릎 위에서, 또 한쪽은 무릎 아래에서 잘렸다. 람사 병원에서 무사히 절단 수술을 했지만 외과의사들을 긴장시킨 것은 만삭인 그녀의 출산 예정일이 임박했다는 사실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채용 과정에서 심사관이 “정형외과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술적 기술은 충분하다”는 말 뒤에 “개복 수술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던 이유다. 구호 현장에서는 ‘만능 서전(surgeon·외과계 의사)’이어야 하고 ‘모든 외과적 기본 처치 및 시술은 물론이고 제왕절개, 충수돌기 절제 같은 지역 사회에 필수적인 수술도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그 지역 전체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외과 의사의 손에 수백 명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지난 2015년에 평생의 꿈이던 국경없는의사회의 회원이 됐고 2016년 4월에 요르단 람사, 같은 해 7월에 아이티 타바, 이어 2017년 8월에는 부룬디 부줌부라, 2018년 6월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구호현장에 파견됐다. 신간 ‘국경없는 병원으로 가다’는 그 생생한 현장의 일기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자 팔레스타인이 땅을 잃은 지 70년이 되던 지난해 가자 지구는 그야말로 ‘피의 파도’가 몰아치는 곳이었다. 보통 국경없는의사회의 외과팀 구호활동이 2~3개월이지만 이례적으로 1~4주씩 짧은 기간만 참여하게 했을 정도로 급박했다. 무력분쟁 지역으로 파견 갈 때는 생존 증명 문답 서류와 사망 시 상속인을 지정하는 서류를 제출한다. ‘목숨 걸고’ 나가는 봉사활동에서 저자는 수술에 수술을 거듭했고 때로는 아이 받는 일도 마다 하지 않았다.

지난 1971년 프랑스의 의사·언론인으로 시작된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NGO인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70여개국 450여 곳에서 생존위협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 저자는 중학교 3학년 때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버지를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는 의대 입학 합격 소식에 흐뭇해하신 그해 가을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저자는 “환자와 사회와 함께 건강하게 성장하는 의사”가 되고자 했고 국제협력의사를 거쳐 국경없는의사회의 일원이 됐다. 무기 하나 없이 전쟁터로 가지만 전쟁용 총칼 대신 환자를 치료할 약과 수술용 메스를 들었기에 더욱 당당한 그는 “인도주의적 연대가 아픔을 치유한다”고 믿고 있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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