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NAVER(035420)·카카오(035720) 등 반도체·인터넷 업종 대장주들이 역대 최고가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를 찍고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세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탈환했지만 아직 역대 최고 수준인 2018년 1월의 2,607.10포인트와는 격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IT(정보통신) 기술 발달·소비 트렌드 변화 등에 따라 성장이 예상되는 업종의 주요 종목들이 증시 주도주로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5만6,000원으로 마감해 증자·액면분할 등을 반영한 수정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인 5만7,220원(2017년 11월 1일)의 97.9% 수준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20일 종가가 올해 최고치 9만5,000원을 기록해 SK그룹에 인수된 2012년 2월 이후 최고가인 2017년 5월 23일의 9만5,300원에 근접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침체됐던 반도체 업황의 내년 이후에는 세계 각국의 5G(5세대 이동통신), 데이터센터 투자 등에 힘입어 과거 수준을 뛰어넘는 ‘슈퍼 사이클’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은 상승세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말 출시한 신작 리니지2M 흥행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니지2M 출시 전인 11월 19일 56만1,000원으로 마감한 후 하락하다가 반등하며 20일 53만 9,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9.33% 상승률이다.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의 시장 성장이 지속되고 모바일·PC·콘솔 등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수익기반 확장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IT플랫폼 대표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는 각각 2017년 최고가 기록 후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로 실적이 하락했고 그 여파로 주가도 부진했으나 최근 신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주가의 기세도 올랐다. 네이버는 20일 종가 기준 올해 최고가 18만3,500원으로 2017년 6월 9일의 역대 최고가 19만2,273원의 95.4%까지 상승했다. 카카오도 11월 18·26·27일 종가 15만7,50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인 2017년 11월 21일의 16만1,000원에 근접했고 20일에는 15만원으로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의 IT플랫폼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페이스북처럼 국내 IT플랫폼 기업의 가치가 인정받을 시기가 다가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플랫폼 이용자를 기반으로 금융·모빌리티·결제·쇼핑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플랫폼 기업의 속성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기 때문에 한국 IT플랫폼 기업 역시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2차전지, 화장품·생활용품, 렌털사업을 각각 대표하는 기업 삼성SDI(006400), LG생활건강(051900), 웅진코웨이(021240)도 20일 종가가 역대 최고가의 80%를 넘는 수준이다. 최석원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에는 미래의 산업·소비 트렌드에 대한 전망이 반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많은 점수를 주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