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높이려면 시간·규모·협력 등 ‘3대 벽’을 넘어서야 한다며 세액공제를 비롯한 해결 방안을 건의했다.
상의는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상의는 소재 원천기술은 개발 착수 후 출시까지 평균 4∼5년이 걸리고 핵심소재는 20년까지도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시간의 벽’이 높다고 분석했다. 규모와 협력에서도 소·부·장 산업 선두 국가들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두번 째는 ‘규모의 벽’이다. 상의에 따르면 국내 소재부품 기업은 소규모 기업(10∼49인) 비중이 80%에 달한다. 미국(72%)과 독일(67%)을 웃돈다. 소규모 기업은 지속적인 기술혁신·가격 경쟁력·안정적 공급역량 등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시간과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산·학·연 협력도 여의치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산학연 협력 순위는 2009년 133개국 중 24위에서 올해 141개국 중 31위로 7계단 떨어졌다.
상의는 “기존 경로를 쫓아서는 3대 벽을 넘기 어렵다”며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협력생태계, 수요기반 등 4개 부문에서 14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제시했다.
먼저 R&D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혼합형 R&D 세액공제 도입, 공동·위탁연구 인센티브 확대, 특허박스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허박스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에서 발생하는 소득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상의는 해외 M&A 이중과세 완화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배당소득에 ‘과세 면제제도’를 도입하거나 외국납부세액 이월공제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 현재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할 경우 피인수 기업의 중소기업 지위가 7년간 유지되는데, 중견기업이 인수하면 이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드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중소기업 지분투자를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상 투자로 인정하고, 해외 진출 기업의 ‘U턴(유턴)’ 지원 강화, 공공부문 국산 장비 도입 등 수요기반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이번 건의문은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마련했다”며 “정부가 예산·세제·금융·규제개선 등 전방위적 종합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에 3대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원 인프라를 더욱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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