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이 주목할 만한 미술계의 큰손으로 뽑혔다.
미국 유명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가 최근 발표한 ‘주목할만한 컬렉터 50인’에 지드래곤과 탑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미술품 수집 활동이 왕성한 젊은 컬렉터를 선정하는 이 명단에 한국인은 두 사람 뿐이었다. 아트뉴스는 지드래곤과 탑을 서울에 기반을 둔 연예인으로 소개하며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 미국의 연예기획자 트로이 카터, 홍콩의 사모투자전문화사 블랙파인의 공동창업자 로렌스 청, 홍콩의 패션 사업가 케빈 푼, 대만 가수 저우제룬 등 30대 전후의 금융·게임·패션 계통의 사업가 및 연예인, 부동산 투자자 등이 포함됐다.
지난 1902년 설립된 아트뉴스는 30년 째 매년 딜러, 컬렉터, 경매 관계자, 큐레이터 등 미술계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세계 200대 컬렉터를 발표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주목할 컬렉터 50인을 선정해 아직 세계 최정상급은 아니나 촉망받고 떠오르는 젊은 컬렉터들을 소개해 왔다.
지드래곤의 미술 사랑은 꽤나 유명하다. 지난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특별기획전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을 통해 국내외 작가 12명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지드래곤은 작가들과 1년 여간 소통하며 전시작을 이끌어냈고 이후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순회전도 열렸다. 당시 전시작품도 눈길을 끌었지만 지드래곤의 소장품으로 선보인 장 프루베의 가구 컬렉션과 영국 yBa(영국의 젊은 예술가 그룹)의 대표 작가인 트레이시 에민 등이 화제가 됐다. 이후 TV 프로그램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공개된 집 내부 사진에서 리처드 프린스, 조지 콘도 등의 작품을 수집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작가들의 작품은 고가일 뿐 아니라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 미술계에서는 이미 지드래곤의 안목과 투자 감각이 정평 나 있다.
탑은 과거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입의 95% 이상을 미술 작품을 사는 데 쓴다”며 앤디 워홀과 김환기 등의 작품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경매회사 소더비의 특별 자선경매에는 큐레이터로도 참여했다. 당시 출품작을 직접 선정해 컬렉터로서의 안목도 과시한 탑은 게르하르트 리히터, 루돌프 스팅겔, 장 미셀 바스키아 등의 서양 거장과 김환기·박서보·이우환 등의 국내 거장의 작품을 선보였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에 자신의 의자 컬렉션을 선보였을 정도로 컬렉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탑은 “어머니를 비롯한 외가 쪽 여성들이 모두 미술을 전공했고 외할아버지의 외삼촌이 김환기 화백이며 이모부의 아버지가 이인성 화백”이라고 밝혀 미술과의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가 132억원 이상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을 때는 자신의 SNS를 통해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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