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대중에게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기술이 우리의 삶 속에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던 해였다. 특수한 생산현장 등에서 사람과 떨어져 홀로 일하던 기존의 산업용로봇들과 달리 실생활 속에서 사람과 직접 교감하고, 곁에서 돕는 토종로봇들의 개발이 줄을 이었다. 사람의 곁에서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 장애인·부상자 등을 돕는 재활로봇, 화재·지진 등의 현장에서 구난활동을 지원하는 재난대응로봇, 배달·운송·안내·경비활동 등을 하는 자율주행로봇, 사람이 직접 탑승해 근거리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이 데뷰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본지가 기해년의 연간 기획물로 야심차게 내세운 ‘로봇이 간다’시리즈가 발굴·취재한 내용이기도 했다. 이번 총결산편을 통해 본지 시리즈 취재·보도후 달라진 토종 로봇생태계의 뒷이야기를 정리해본다.
현대자동차가 로봇분야 연구개발 조직인 로보틱스연구소를 대폭 확대 개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경제가 지난 9월 로봇이 간다 시리즈로 우리 회사 로보틱스연구소의 자율주행 로봇 기술현황과 비전이 보도된 후 연구소에 대한 투자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며 “로보틱스연구소는 기존에 1팀 규모로 운영돼 왔지만 이젠 1실 3팀 체제로 확대된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연구소는 본보 시리즈가 올해 가장 주목한 사례였다. 현대차는 1970년대 선진국의 자동차산업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국내 최초로 산업용로봇을 도입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4월의 본지 보도 이후 미국·중국·일본 집중공략에 나섰다. 특히 최근 최근 세계 최대 로봇생산국인 일본에 진출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지 사업 파트너인 일본 스미토모 쇼지 머시넥스와 함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지난 14일에는 중국 화난지역 기업들에게 협동로봇을 공급하기 위해 광동송경지능과기지분유한공사(약칭 ‘송칭’)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을 설립했다 앞서 지난 11월에는 미국 시장 진입 확대를 위해 현지 공작기계 유통망의 70%를 점유 중인 엘리슨 테크놀로지와 손잡고 현지에 판매망을 확보했다.
장애인 재활을 돕는 ‘입는로봇(웨어러블로봇)’을 개발해온 엔젤로보틱스는 로봇이 간다 시리즈에 보도된 이후 민간투자업계로부터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 공경철 대표는 “지난 7월 서울경제신문 보도가 나간 뒤에 진행된 시리즈A에서 여러 밴처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 투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기 조차 힘들어하는 하반신 장애인들이 입으면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로봇 제품인 ‘엔젤슈트’·‘엔젤렉스’ 개발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공 대표는 “이제는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선 엔젤렉스를 내년 9월에 정식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를 위한 웨어러블로봇을 개발 중인 한국기계연구원에도 본지 8월 보도 이후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개발 및 사업화 문의가 연달아 들어왔다. 형상기억합금 재질의 섬유로 인체근육을 모방한 웨어러블로봇을 개발 중인 박철훈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로봇이 간다’에 저희 기사가 나간 후 전자회사, 재활기기개발기업 등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기술을 응용해 착용시 100m를 7초대에 주파할 수 있도록 근력을 돕는 웨어러블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일명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로 명명된 국책연구과제사업의 일환이다.
지난 봄 소개된 재난대응을 위한 ‘소방로봇군단’을 개발한 한국융합로봇연구원은 이후 기술개발에 가속도가 붙어 소방관들이 실제로 테스트베드에서 사용해볼 수 있는 시제품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서갑호 로봇융합연 안전로봇사업단장은 “로봇팔 등으로 화재현장의 벽체를 뚫고 들어가 고열 속에서 소방관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실어다 주는 장갑로봇 개발이 거의 완료돼 이젠 시범사용해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아울러 본지 취재 당시 고충을 토로했던 재난로봇 실증의 어려움도 지난 10월 관련 테스트베드가 문을 열면서 해소됐다고 서 단장은 소개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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