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산업을 지금부터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글로벌 트렌드를 뒤따라가기가 상당히 버거울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키우며 전자상거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어요.”
노석환 신임 관세청장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본부세관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수출 활력 제고를 관세 행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눈부신 발전과 맞물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산업을 육성하는 데 통관 당국이 발 벗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자상거래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수출 기회를 터주고 궁극적으로 수출 활력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노 청장은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은 새로운 국부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수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관세청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노 청장은 “개인이 수입품을 구매하려면 과거에는 해외 판매업자와 국내 수입 판매업자를 거쳐야 했지만 최근에는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알리바바와 같은 플랫폼 기업을 통한 해외 판매업자와 국내 소비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해졌다”면서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분야에 관세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출 활력 제고를 강조하는 그가 전자상거래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구상을 꺼내 든 것은 전자상거래 지원이 우리 수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카드라고 믿기 때문이다. 2009년 242만건에 그쳤던 전자상거래를 통한 국내 수입은 지난해 3,225만건으로 13배 급증했다. 금액으로 봐도 2009년 당시 1억5,900만달러(약 1,900억원)에서 지난해 27억5,400만달러(약 3조원)로 17배 넘게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출한 실적은 수입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지난해 전자상거래 수출 실적은 961만건, 3억8,200만달러에 그친다. 전자상거래 수출과 수입에 엄청난 비대칭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노 청장은 “기업 대 소비자(B2C) 전자상거래의 특징을 반영해 국내 기업이 간편한 절차만 거쳐 수출할 수 있는 통관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국내 쇼핑몰의 해외 판매 내역이 자동으로 수출 신고되는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청장은 특히 “전자상거래를 전담하는 국(局) 단위 조직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수출입 급증에도 관세청에서 이를 전담하는 본청 인력은 특수통관과 소속 5명(수입 3명, 수출 2명)뿐이다. 일선에서 전자상거래 물품 통관을 진행하는 세관 실무 인력도 194명에 불과하다. 수입과 수출을 합쳐 연간 4,000만건이 넘는 물량이 밤낮없이 오가는데 그에 대응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노 청장은 “현재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특송화물로 처리되기 때문에 특수통관과에서 특송 업무 담당자가 전자상거래 업무를 겸임하는 형태”라며 “전자상거래 규모가 급증하면서 현행 관세행정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수출환경에 맞춰 조직과 기구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 청장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GDC)의 역할도 단순 환적(換積) 기지에서 탈피, 수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GDC는 공항이나 항만 내 자유무역지구에 세워져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역내 거점 역할을 한다. 올해 1월부터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이허브가 CJ대한통운과 배송 계약을 맺어 인천공항 내 GDC를 활용하고 있다. 인천공항 내 GDC에 물량을 쌓아뒀다가 아시아 각국 주문지로 물건을 쏴주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 청장은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우수한 제품을 GDC에 들여올 수 있도록 해 국내 기업의 새로운 수출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입주 자격과 운용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청장은 검사 출신인 전임 김영문 청장이 면세점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온 만큼 내부 기강을 다잡는 역할을 했지만 자신은 내부를 다독이고 관세 행정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말했다. 면세점 비리를 계기로 새롭게 도입된 민간 중심의 특허심사위원회 운영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노 청장은 “특허심사위원회 전원을 민간위원으로 전환해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됐고 위원회의 독립성도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관세청은 민간 학회와 단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 99명을 그대로 특허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에게 면세점 특허 심사를 맡겼다. 최근 2기 위원회가 구성됐다. 노 청장은 “큰 골격은 현행을 유지하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도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이 신동빈 롯데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 대법원 판단에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면세 특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서는 “뇌물공여는 인정되지만 면세점 특허 취득과는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결 취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특허 신청을 할 당시 관계 법령에 따른 특허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특허 취소를 하려면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한 사실이 확인돼야 하는데 롯데의 경우 특허권 취득과 뇌물공여 간에 관련성이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률 검토 결과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을 뿐 대량 실직 사태까지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취소 사유에 해당했다면 대규모 실직 우려에도 취소를 감행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노 청장은 액상 니코틴을 허위신고해 국내에 들여오는 업체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담뱃잎에서 추출해 만든 액상 니코틴을 줄기에서 추출한 것으로 허위신고하고 유독물질 신고를 피하기 위해 농도를 1% 미만으로 위장한 업체 13곳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만 담배로 정의된다는 점을 악용해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한 것으로 신고한 혐의다. 노 청장은 “유관기관과 협업해 액상 니코틴 통관 때 필요한 증빙자료와 성분분석 등 수입 검사를 강화하겠다”며 “니코틴 관련 세액 탈루와 부정·허위 신고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세 범칙 조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청장은 기획재정부가 올해 전격 추진했다가 보류한 관세의 국세(國稅) 편입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 때 법률상 분리돼 있는 관세를 국세의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관세사업계 등 유관기관의 강한 반발에 잠정 보류했다. 관세도 국가가 부과하는 세금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세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난 70년간 유지돼온 관세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했다. 특히 세무사에 업무 영역이 잠식될 것을 우려한 관세사 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 청장은 “어떤 생각이 맞고 틀리다 말하기 어렵다”면서 “기재부와 관세청이 협의해 바른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악성 체납과 역외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 청장은 “관세청 자체적으로도 이런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국세청·검찰 등 관련 기관 협업, 국제 공조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과세자료 미제출과 은닉 행위는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대담=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정리=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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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부산 △1983년 부산 동인고 △1987년 고려대 경영학 학사 △1990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2004년 미 피츠버그대학원 석사 △1993년 행정사무관 임용(행시 36회) △1994년 마산세관 진주출장소장 △2009년 관세청 인사관리담당관(부이사관) △2011년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장 △2014년 관세청 조사감시국장 △2016년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장 △2018년 관세청 차장 △2019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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