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산업 폐기물로 취급되지만 차세대 바이오 소재로 주목받는 ‘리그닌’의 상업적 활용도를 높이는 연구에 성공했다. 리그닌을 다른 물질과 섞어 유용한 물질로 만들 때 정량 지표를 활용해 석유화학 산업과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리그닌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리그닌 분자의 뭉침과 퍼짐을 결정하는 힘이 ‘소수성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를 조절할 방법을 제시했다고 지난해 12월30일 밝혔다.
리그닌은 목재의 30~40%를 차지하는 고분자 물질로 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이다. 바이오연료나 종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이 나오고 연간 생산량이 약 5,000만톤에 이르지만 대부분 폐기되거나 단순 땔감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리그닌의 환경적·경제적 가치에 주목해 바이오연료·바이오플라스틱·분산제·접착제 등 재료로 제안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산업에 쓰인 비율은 지난 2014년 기준 2%에 그친다.
이는 분자구조가 불규칙하고 응집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잘 섞이지 않는 리그닌의 특징 때문이다. 이 교수팀은 수용액에 있는 리그닌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힘을 측정해 리그닌의 응집력에는 물을 싫어하는 물질끼리 뭉치려는 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리그닌이 포함된 수용액에 전하를 띄는 ‘염’을 넣어주면 응집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염의 농도를 통해 리그닌의 응집력을 정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활성탄의 강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활성탄은 각종 석유화학 공정에서 액상에 포함된 독성물질을 흡착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독성물질을 흡착하는 과정에서 빠른 유속 때문에 활성탄 입자가 풀어질 수 있는데 연구진은 ‘리그닌·활성탄 복합체’로 이를 해결했다. 이 교수는 “복합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염의 농도를 조절해 다양한 강도를 구현하고 이를 정량화했다”며 “리그닌의 분자적 상호작용 원리를 분석해 상업적 활용에 중요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화학회(ACS)가 발행하는 ‘ACS서스테이너블케미스트리앤드엔지니어링’에 소개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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