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감소하던 미국의 자사주매입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는 2019년 3·4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자사주매입 규모가 이전 분기 대비 6.3% 증가한 1,75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배당을 합산하면 총 2,990억달러로 이전 분기 대비 5.2%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자사주매입이 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미국주식 투자 시 성장과 분배 두 가지 요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성장은 기업의 이익 증가율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지를 봐야 하며, 분배는 배당과 자사주매입률이 높아지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줄어들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자사주매입 증가세 전환은 의미가 크다.
자사주매입은 주식 수를 감소시켜 주당순이익을 높인다. 주당순자산가치 대비 주당순이익이 높아지게 되면 ROE가 상승하고 이는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2018년 기준 미국의 주주환원율(배당과 자사주매입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105.8%로 한국 시장 28.6%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100%가 넘어가는 것은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에게 나눠줬음을 뜻한다. 미국의 자사주매입 소각률도 남다르다. 2018년 기준 미국의 소각률은 72.2% (자사주매입 기준은 S&P500, 소각 기준은 미국 시장 전체 데이터를 이용, 약간의 오차 발생할 수 있음)로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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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기에 가장 많은 자사주매입을 시행한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의 3·4분기 자사주매입 규모는 S&P500 역사상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176억달러(-2.9% QoQ)를 기록했다. 애플은 지난 12개월간 총 697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 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76억달러(+16.9% QoQ), 웰스파고 75억달러(+53.1% QoQ), JP모건 69억달러(+32.7% QoQ), 알파벳 57억달러(+58.3% QoQ)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자사주매입을 시행한 섹터는 정보기술(IT)이지만 이전 분기 대비 10.8% 감소했다. IT 섹터의 3·4분기 매입규모는 492억달러로 전체 비중의 27.2%(+4.3%포인트 QoQ)를 차지했다. 그 뒤를 금융 섹터가 이어갔다. 금융 섹터의 매입 규모는 26.4% 증가한 478억달러를 기록했다.
자사주매입은 미 증시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꼼꼼히 체크해야 하나, 투자 없이 과한 주주환원을 펼치는 기업은 장기 성장성 저하 및 부채 증가 등의 리스크 요인이 발생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장기 투자 시 제일은 안정적인 이익 성장과 더불어 적당한 주주환원을 펼치는 기업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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