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은 여성의 역할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기조연설자로 초청해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다만 이방카 선임고문과는 별개로 다양한 IT 업계 여성 고위인사들이 CES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방카 선임고문은 CES 2020 기조연설자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일의 미래로 향하는 길’을 주제로 주최 측인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셔피로 회장과 대담을 펼친다. 이방카 선임고문은 “미국 학생과 노동자들이 디지털 경제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민간 부문 지도자들과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토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 IT 업계는 즉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조연설자에 여성을 거의 포함하지 않는 CES가 전자·IT 업계와 큰 관련도 없는 이방카 선임고문을 초청했기 때문이다. ‘위민 온 더 블록(Women on the Block)’의 창립자 신디 친은 “IT 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이방카 선임고문이 기조 연설자로 선정된 것은 업계에서 지속되고 있는 성 편견을 더 뚜렷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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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선임고문 이외에 멕 휘트먼 퀴비 최고경영자(CEO)도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술 발전과 영상 소비 행태의 변화 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또 올해 중 출시되는 새로운 OTT 서비스 ‘퀴비’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퀴비는 10분 내외 짧은 영상을 제공하는 ‘쇼트폼(short-form)’ 플랫폼이다. 아직 공개되기도 전부터 디즈니와 유니버설 등 할리우드·실리콘밸리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CES 역사상 처음으로 펼쳐지는 애플과 페이스북의 대담을 주도하는 인물도 여성들이다. 제인 호바스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담당 수석 이사와 에린 이건 페이스북 공공정책 및 최고 개인정보보호 부사장이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주제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팀 쿡 애플 CEO가 페이스북의 데이터 수집을 비판했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 두 회사의 프라이버시 총 책임자들이 어떤 대담을 나눌지 주목된다.
이 밖에 유색 인종 여성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블랙 걸 벤처스’ 창업자 셸리 벨과 ‘이모션 인공지능(AI)’의 선구자 라나 엘 칼리오우비 등도 CES 2020에 참여한다. 벨은 비즈니스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100인의 여성에 포함된 바 있다. 칼리오우비는 얼굴 표정에 기반한 감정 측정 기술인 어펙티바(Affectiva)의 창립자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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