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고객 중심 경영’과 ‘디지털 혁신’을 올해의 경영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길어지고 금융업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해진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려면 근본적인 혁신이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은행·카드업을 불문하고 글로벌 금융 영토 확장도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은행권 CEO들은 공통적으로 수익성 가뭄과 오픈뱅킹·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른 은행업 경쟁 심화 등을 위기 요인으로 짚었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오픈뱅킹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금융업 진출 등으로 ‘금융산업의 틀’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고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앞으로 수년간 은행업은 혹독한 겨울을 보낼 것”이라며 “은행업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치열한 경쟁 환경)”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CEO들이 한결같이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고객 중심 경영’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이 중심인 은행이 돼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초개인화’ 시대에 맞는 자산관리 체계 구축, 현지 고객의 수요를 반영한 글로벌 전략을 주문했다.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고객 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혁신’도 빠짐없이 제시된 키워드였다. 허 행장은 “디지털 대전에서 승리하는 조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디지털 혁신 성과를 창출하자”고 강조했고, 이동걸 KDB산업은행장도 “‘한국디지털은행(Korea Digital Bank)’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역량 강화를 언급했다.
지난 한 해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경영 악화에 시달린 카드사 CEO들도 일제히 사업 역량 확대를 위해 ‘디지털’과 ‘글로벌’을 외쳤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플랫폼 비즈니스 강화’를 과제로 제시하며 “100% 디지털 카드생활을 주도하자”면서 “글로벌 사업에서도 현지 국가별 핵심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본업과 신사업을 망라한 비즈니스 혁신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경쟁력에서의 확고한 차별성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역시 각각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활용 역량 심화’와 ‘디지털 혁신 고도화’를 핵심 경영 과제로 제시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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