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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학파로 돌아온 안철수, 단어 '미래'만 9번 강조

정계복귀 892자 글 ‘미래’ 9번 '국민' 6번

美 명문 스탠포드대에서 방문학자로 공부

“세계 빛의 속도로 변해, 미래 위해 봉사”

실용 앞세워 “사생결단 기득권 정치 청산”

무당층만 15% 安 행보 따라 야권 지각변동

총선에서 비전·지도자 역량 보여야 대권

2018년 6월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양천구 목동역 인근에서 두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미국에서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 미국으로 떠난 안 전 대표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방문 학자로 수학 중이다. 공부 끝에 내린 진단은 이렇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다.” 이와 함께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밝힌 페이스북의 892자의 글에서 ‘미래’ 라는 단어를 9번 사용했다. 6번 적힌 ‘국민’ 보다 많다. 정계로 돌아오되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가지고 온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치는 미래를 위한 봉사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밝히며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초심은 변치 않았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공부하는 스탠포드대학교는 미국 최고의 명문 중 한 곳이다. 창업자 출신인 안 전 대표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모든 분야에서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미래 비전을 봤다는 평가다. 측근 그룹의 한 인사는 “공부한 내용을 정책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 내용과 상통한다. 이와 함께 “외국에서 바라본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말도 적었다. 한국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며 자동차와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이 힘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 이에 비해 늘지 않는 양질의 일자리 등 어렵게 얽힌 현실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안 전 대표는 미래 산업에서 해법을 찾는 지도자의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중도와 실용, 기업인 등 본인의 강점을 살리는 길이다. 그는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안랩을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랩을 창업한 안 전 대표는 “안랩은 제 고향”이라고 소개했다./연합뉴스




누구도 못 가진 ‘실용’의 파괴력

정치권은 안 전 대표에 대해 “여전히 파괴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근거는 구도가 바뀌지 않는 여론조사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선거법·검찰개혁법안)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겪으면서도 정당별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30%, 정의당 5~7%, 바른미래당 5% 수준이 꾸준히 유지됐다. 기타와 무당층은 약 15% 수준이다.

확실한 실용, 미래비전을 들고오면 15%에 달하는 중도·무당층이 움직일 수 있다. 그가 어디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정계는 보고 있다. 보수진영의 한 의원은 “군소정당 어디로 가든 안철수 전 대표를 안으면 지지율 10%는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인 출신인 안 전 대표는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고착화된 국내 양당정치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이낙연 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뿌리가 민주당이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의원은 이회창계로 정계에 입문했다. 안 전 대표는 의대 출신으로 통합네트워크보안솔루션 기업 안랩의 창업자다.



안 전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 그는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세대들은 계속 착취 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스탠퍼드대 방문학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1월 뉴욕시티마라톤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주최 측 홈페이지에 따르면 안 전 의원의 풀코스 완주기록은 3시간 59분 14초다./연합뉴스




대통령 되려면 중도·개혁보수 대통합

15%의 무당층을 움직일 수 있는 안 전 대표의 복귀에 정치권은 일제히 “우리와 함께 하자”고 화답했다. 우선 황교안 대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공유하는 모두가 모여야 한다”고 답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 대표가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이고 그가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도 “충분히 연대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디로 갈까. “아직 아무도 모른다”가 현재의 상황이다. 과거 안 전 대표의 측근이었던 한 의원은 “부인인 김미경 교수도 한국 복귀 일정과 향후 정치 행보를 모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은 유승민 의원과 함께 만든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당 조직도 건재하다. 유승민계 의원 8명이 탈당했지만 아직 소속 의원이 20명인 교섭단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돌아와 고향인 이곳을 120% 개조해 제 3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바른미래당에 남은 안철수계의 의원들은 손 대표의 사퇴를 강권하지만 손 대표는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개혁보수를 표방한 유승민계의 새로운보수당과의 연대도 어색하다. 새보수당은 안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미국행을 택한 뒤 분열과 혼란을 거쳐 유승민계가 독자노선을 선택한 당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안철수 의원의 답을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개혁세력 중심의 보수재건의 길을 택했다.

거대정당인 한국당과의 연대는 바른미래당을 거치거나 신당을 창당한 뒤 연대, 통합하는 번거로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의 목표는 ‘대선’이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위를 지키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지지율이 한참 낮은 안 전 대표에게 대선주자를 순순히 비켜줄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계에선 복귀한 안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주자를 넘어서 대통령이 될 공식은 하나뿐이라고 보고 있다. 야권 통합이다. 가장 큰 파괴력은 ‘안철수+황교안+유승민’ 조합이다. 안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가면 중도세력과 보수진영의 통합이다. 치우친 좌와 우를 배제한 중도층의 확대다. 무당층을 흡수하면 지지율만 50%로 민주당을 압도한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통합한 야권의 대선주자가 안철수냐, 황교안이냐, 유승민이냐는 총선에서 연대하고 승리한 후에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며 “총선에서 어떤 비전, 어떤 모습으로 승리하는지가 안 전 대표의 마지막 정치 인생을 가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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