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몇 년 전 미국에서 865㏄인 본네빌 T100 구모델을 렌트해 탔던 적이 있습니다(두유바이크 16회 클릭). 당시만 해도 타본 바이크가 몇 대 안됐던 데다 기억력이 나빠 이제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희미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울프125만 타다 갑자기 리터급에 가까운 바이크를 접하게 됐으니 당연히 모든 면에서 신세계였던 건 확실합니다. 그럼 과연 T120는 어떨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T120의 배기량은 1,200㏄. 전륜 더블디스크에 ABS 와 트랙션 컨트롤이 적용됐습니다. 제가 과거에 탔던 T100이 많이 옛날 모델처럼 보일 만큼 계기판 등이 세련돼졌지만 그러면서도 클래식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고나 도색 등이 전반적으로 더 정교해져서 본네빌의 아우라가 더 강해졌습니다. 이리저리 주절댔지만 결론은 예쁘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른 클래식 바이크들, 그리고 과거의 T100과 비교해서도 확실히 우위입니다.
공차중량이 224㎏으로 조금 무겁지만 시트고가 790㎜라 대충 편하게 타도 되는 스펙입니다. 실제로 타 보니 무게중심이 아랫쪽에 있어선지 제 W800보다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이 날은 당일치기 시승인지라 오랜만에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합니다. 울프 125를 타고 서울 서쪽에서 천호동으로 가는 길은 많이 멀었던 것 같은데, 1,200㏄ 바이크로 바꿔 타고 천호동에서 북악스카이웨이로 가는 길은 올 때의 절반 정도 거리로 느껴졌습니다.
본네빌 T120은 고풍스런 외관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인 바이크지만, 배기음과 진동은 의외로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고동감 덕분에 시승 내내 기분이 좋더군요. 그리고 천성이 거칠기보단 순한 바이크라 1,200㏄의 바이크인데도 부담스럽지 않게 복잡한 서울 시내를 쏘다닐 수 있었습니다. 리터급 바이크란 사실을 자꾸 까먹을 정도로요.
평일 낮인데도 몇몇 라이더들이 이미 올라와 있더군요. 어떤 분들이신진 모르겠지만 매우 부러웠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언더본으로 며칠 전에 바이크 입문하셨다는 분, 이것저것 타시다 지금은 하야부사 타시는 분 등과 잠시 담소를 나눈 후 북악스카이웨이의 나머지 코스를 이어 달려봅니다. 이미 단풍도 거의 져버린 늦가을 풍경이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본네빌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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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네빌 T120은 아주 민첩하진 않지만, 북악스카이웨이의 빙글빙글 도는 코너를 잘 따라와 줍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다소 충격이 세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본네빌 T120은 요즘 바이크답게 ‘로드(일반)’과 ‘레인’, 두 가지 모드 중 선택이 가능합니다. 이날 비가 안 와서 레인모드를 시험해볼 일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제 슬슬 본네빌 T120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슬슬 불금 저녁을 맞이하는 서울 시내 도로를 뚫고 다시 천호동 트라이엄프코리아로 향합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T120의 엔진열이 상당히 따뜻해 다행이었는데, 반대로 여름엔 좀 괴로울 것도 같더군요.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비매너 사륜차 때문에 본의아니게 급제동을 한 번 하느라 T120의 제동 성능이 준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친절한 트라이엄프코리아 직원님께 사진 한 장 찍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올해는 별로 춥지는 않지만 저는 이미 바이크를 모두 봉인했습니다. 이제 거의 두 달째네요. 겨울에도 타시는 분들은 블랙아이스와 추위 조심하시고, 안 타셔서 심심한 분들은 두유바이크 정주행 자신 있게(!!!) 권해봅니다. 이제 새해인 만큼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는 2019년 바이크 시장 결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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